▲추모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신은경추모곡을 들으며 영혼의 상처가 싸매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명옥
길담서원 문화행사에서 종종 연주를 하던 한 피아니스트의 의견이 길담서원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평소 만나던 몇몇이 모여 아주 소박하고 작은 '추모 음악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지요. 그이의 의견대로 30일 오후 8시 길담서원에서 아주 작고 소박한 '추모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서른 명 남짓 모여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는 자리였지요.
피아니스트 신은경의 추모 연주에 이어진 성악가 박태영의 추모곡은 모인 이들 모두의 영혼에 울림을 일으키며 슬픔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레퀴엠을 들을 때는 그 분의 삶 전체가 진혼곡이 된 듯 사람들의 깊은 슬픔과 상처, 죄책감에서 벗어나 영혼이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모니카로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상록수'와 '사랑으로'를 연주할 때 그 자리에 모인 모두 조용히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속울음을 울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산화해 한 송이 꽃잎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죽어서 살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 새삼 깨우칠 정도로 당신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깊이 각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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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곡을 부르는 성악가 박태영. ⓒ 이명옥
'노무현 대통령,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용서 하되 결단코 기억에서 털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추모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캐서린이 이끌어 준 '그분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는 해원의 시간이었지요. 사람들은 패닉 상태가 되어 그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차마 쏟아내지 못했던 미안함, 죄책감 아쉬움, 가슴 깊은 곳과 정수리에 고인 슬픔조차 남김없이 쏟아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슬픔을 새로운 '희망'의 정수리에 모조리 쏟아 부었습니다. 우는 이의 어깨를 안아주고 서로에게서 무언의 힘과 위로를 받았던 해원의 시간은 진정 '그 분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