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을 마친 시민들이 노란색 리본에 추모 글을 쓰고 있다.
심규상
자정을 앞둔 서대전 시민공원, 마치 금강 물줄기처럼 꼬불꼬불 늘어선 참배객들의 끝을 찾아 나섰다가 포기해 버렸다. 어디가 끝인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하루 전인 5월 28일 늦은 밤, 시민들은 언제 자기 차례가 될지 모르는 긴 행렬 속에 묵묵히 한 시간째, 혹은 두 시간째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향소 앞에선 참배객들의 눈시울은 대부분 붉어져 있었다.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전날도, 그 전날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자정을 넘어설 때까지 이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분향을 마쳤지만 쉬이 돌아가지 않았다. 노란 리본을 잘라 정성스레 글귀를 새겨 걸었다. 분향소가 차려지자마자 서대전시민공원은 노란 리본 울타리로 에둘러졌다. 노란 리본은 조의를 표하는 내용만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비롯된 시민들의 민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비록 육신은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그 뜻은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못다 이룬 행정수도의 꿈, 꼭 이루겠습니다.""민주사회와 통일조국 실현, 이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입니다. 명복을 빕니다."그중 유독 쉽게 눈에 띄는 글귀 중 하나는 "정치보복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다.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국민장 기간 동안 대전충남 조문객은 모두 33만9200여 명에 이른다. 이중 서대전시민공원을 비롯 대전시청 등 대전 시내 3곳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대전시민이 17만8000여 명이고, 충남 16개 시군에 마련된 20여 개 분향소를 찾은 도민은 16만1200여 명이다.
#장면 2. 1만여 명의 '침묵'과 1만여 명의 '박수'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대전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추모제에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대전시민광장을 메웠다. 하지만 확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엄한 소리만 도드라질 뿐 광장 전체가 시종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추모제 시간 내내 이어진 길고도 무거운 침묵은 오싹함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추모시'와 '추모의 노래'에도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흘릴 뿐 침묵은 이어졌다.
추모제를 마감하는 추도사가 낭독됐다. 추도사를 전하는 목소리는 높았고 내용 또한 현 정부를 직접 겨누고 있었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이 땅의 권력과 검찰과 언론을 향한 분노가 치솟아 욕을 퍼부어 댔습니다…우리는 당신을 보내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시작한 역사와 한 판 싸움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날 추모사는 이렇게 끝맺고 있다.
"불의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싸움을 이기고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나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완성하는 날 감격의 눈물을 흘린 뒤에 당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반드시 그 날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겠습니다." 그 때였다. 긴 침묵을 깨는 소리가 추모객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크고 긴 박수소리였다.
[대전]"소통해라, 민심을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