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위한, 소설에 의한, 소설의 한마당

소설포럼서 부산소설의 시공간적 지평 확대 한목소리

등록 2009.06.02 10:03수정 2009.06.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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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안경숙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 ⓒ 안경숙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은 화끈하고 흥겨웠다. 소설가와 일반시민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설포럼은 4시부터 7시까지 팽팽한 토론의 장을 펼쳤다.

 

대상작은 '좋은소설' 2009년 봄호와 '작가와사회' 봄호에 실린 김곰치의 '상아의 노래' 김문홍의 '귀' 옥태권의 '라이프 보트' 정형남의 '하늘꽃' 정혜경의 '죽기에 좋은 세상' 조갑상의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세상이 없으랴' 등 여섯 편. 이 가운데 포럼에 참석한 옥태권 조갑상 정혜경의 작품이 주로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남송우(부경대 인문대학장) 교수는 "몇몇 작품을 가지고 부산소설의 현 단계를 점검한다는 것이 한계와 제한점은 있지만 그 편린을 읽어낼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며 포럼의 문을 열고는 "김곰치나 옥태권의 작품에서 보듯 제한된 공간에서 다루는 이야기 크기가 단편에 적절한지,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조갑상 김문홍 정형남 작품이 현재의 소설로서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해석의 심화확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오모니의 죽음을 다룬 조갑상의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세상이 없으랴'에 대해 문성수 소협 회장은 "장소가 소설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게 해준 작품"이라며 역사적 공간의 재현이란 점에 주목했다. 이상섭 소협 사무국장은 "부산의 역사를 모르면 쓸 수 없는 작품으로 그만큼 자료조사를 많이 한 것 같다"며 아침꽃(나팔꽃)과 같은 서술적 장치를 세세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소설의 공간성에 이어서 소설적 완성도와 작가의 의도를 충족하는 형상화문제를 두고 논박이 벌어졌다. 해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라이프 보트'에 대해 갈등의 원인과 화해의 과정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심리적 묘사의 직핍성을 지적당하자 옥태권은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가보려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와 비슷하게 결론이 났다"고 작가의 변을 밝혔다.

 

'죽기에 좋은 세상'은 무거운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시비조(?)의 질문부터 시작해 장애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고압적인 태도나 형편없는 시설상태 등 작품외적 질의와 답변으로 현장을 달궜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장애인 문제를 천착해온 정혜경은 "이 작품에서 다룬 이야기는 현실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일화에 불과하다"며 "평론에서조차 소외되는 소재지만 밖으로 나가는 게 어려워 '방안에서 죽이는' 장애인들의 실상을 앞으로도 계속 다뤄갈 작정"이라며 한을 풀어주는 무당의 역할을 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소명을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안경숙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에서 열린 부산소설가협회(이하 소협)의 소설포럼 ⓒ 안경숙

예년에 비해 독자의 참여가 많았던 이날 행사에서 만난 이병순씨(여, 45세)는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걸 묻고 작가의 생각을 직접 들으니 작품이 새롭게 다가왔다"며 앞으로도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주변인의 삶에 눈을 돌리고 현실에서 건져낸 이야기에 소설의 옷을 입혀 감성의 울림을 끌어내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면 그 작품을 읽고 비판하고 감동하는 건 독자의 몫일 터. 부산소설의 시공간적 지평 확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비롯해 작품 내외적 문제를 까발리듯 짚어낸 이날 소설포럼은 작가와 독자가 함께 어우러진 소설을 위한, 소설에 의한, 소설의 한마당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국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02 10:03ⓒ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국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산소설가협회 #소설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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