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서고 있다.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이 공지를 보고 기록관리학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처지에서는 한없이 부끄럽다.
"이런 중요한 기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다"는 표현을 봉하마을 측에서 직접했는지 아니면 고재열 기자가 분위기 전달 차원에서 쓴 표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기록원이 신뢰를 잃은 기관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니까.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 전 과정을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역대 최대 기록관리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봉하마을과 서울 시내 분향소 등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관련 기록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행위들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 것으로 보였으면 정작 기록남기기에 최대의 협력자가 되어야 할 봉하마을에서 작성된 방명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으니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겠는가?
부끄러운 것은 더 있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위기극복 사례를 담은 '희망기록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서울로 시작해 대전, 광주를 거쳐 지금은 부산역 광장에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전시회가 진행 중인 부산역 광장 바로 옆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주지하듯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유출 논란이 빚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들 10명을 고발했다. 대통령기록관리법 어디에도 사본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이미 복제본을 반납했음에도 고발을 밀어부쳤다. 그리고 고의적인 원본(또는 진본)의 유출 혐의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고발을 철회하지 않았다.
추모 펼침막도 없는 대통령기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