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분노아무리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김민수
대화합의 길을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현 정부는 그냥 걷어찬 것이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현 정부가 진심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면서 국민의 슬픔에 동참하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얼마나 큰 대화합이 이뤄질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런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주둥이를 잘못 놀려도 한참 잘못 놀렸다.
덕수궁 주변에 시민이 써놓은 글과 현수막 등을 본다. 현직 대통령에게 감히 '개**'라고 쓴 인쇄물까지 도배되어 있고, 현직 대통령 탄핵서명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나는 그 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 중에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거죠?"를 떠올렸다.
국민이 현직 대통령에게 이제 막 가자고, 한판 붙자고 한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야말로 '이 정도면 막 가자'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에게 너무 막 갔기 때문이다. 촛불 정국에서 나는 수도 없이 "그래, 이제 막 가자는 거지?"를 떠올렸다.
그들 안에 들어 있는 분노, 응어리, 한(恨)이 얼마나 큰지 그런 불편함을 며칠째 감수하면서도 화를 내지 않는다. 작은 분노는 금방 표출된다. 그러나 역사를 뒤바꿀 만한 분노는 그렇게 쉽게 표출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민족성은 얼마나 감성적인가? 그럼에도, 이렇게 꾹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장이 시위도구가 될 수 있다느니, 소요사태가 우려된다느니, 나라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데 국민이 정신 못 차리고 있느냐느니 우롱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현 정부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가' 분노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여리디여린 국민의 마음은 현 정부가 기본적인 예의라도 지켜주면 용서해줄 여력이 남아있다. 이게 우리 국민의 한계지만, 그래서 안타깝지만, 그것이 민의라면 다를 손뼉을 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현 정부는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는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사랑하던 대통령을 보내는 국민의 마음에 더는 비수를 꽂지 마라.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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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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