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잠시 안치된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현관으로, 참여정부 참모진들은 비어 있는 분향소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윤성효
백승완 양산 부산대병원장의 23일 브리핑에 따르면, 시신에서는 두개골 골절과 기뇌증(두부 외상으로 두개골 안에 공기가 유입된 상태), 뇌좌상(외부 충격으로 뇌가 손상되면서 뇌 조직이 뭉그러진 상태) 등과 함께 늑골과 척추·우측 발목·골반 등에서 다발성 골절이 확인됐다. 고인의 상의는 낙하지점에서 11m 떨어진 곳에서, 등산화는 벗겨진 상태로 시신 주변에서 발견됐다.
일부 누리꾼들이 제기했던 '현장 혈흔의 부재'는 "상의에 혈흔이 많이 묻어 있었다"는 경남경찰청 수사과장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해명이 됐다. 그러나 보통 신발보다 신고 벗기가 불편한 등산화가 벗겨진 채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고인은 대통령 후보시절이던 2002년 5월 부인과 함께 국립의료원에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한 일이 있는데, 고인이 자살 방법으로 자신의 신체가 많이 훼손될 '투신'을 택한 것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의혹 ③] 경호원의 초기 대처는 적절했나?전직 대통령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호원은 경호팀장에게 우선 보고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호원들이 항시 귀에 리시버를 꽂은 채 상황을 쉴 새 없이 보고하는 이유도 이들이 순간의 오판으로 VIP 경호에 허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방편이다.
전임 대통령과 산행을 함께한 경호원은 8년 경력의 베테랑. 그는 고인이 벼랑에서 떨어진 후 그의 얼굴을 흔들고 목 부위 경동맥의 맥박을 확인한 뒤 그를 우측어깨에 메고 66m 아래의 공터로 내달렸다고 한다. 그곳에서 대통령에게 인공호흡을 하던 차에 경호차량이 도착했고 고인을 김해시 세영병원으로 급히 후송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추락의 충격이 심한 대통령을 경호원이 업고 후송하는 과정에서 도리어 상태를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호원이 대통령의 유고를 확인한 뒤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청할 수 있게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경호차로 직접 후송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장 경호원 이아무개씨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당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지키지 않았고, 이 같은 정황을 경찰에 사실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그는 큰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근접 경호원이 전직 대통령의 경호에 허점을 드러낸 이상 경호라인에 대한 문책도 예상된다.
[의혹 ④] 이명박 정부는 어느 정도까지 알았을까?전직 대통령의 경호팀은 형식과 직제상 청와대 경호처에 속해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전직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는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팀장의 지휘 아래 일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청와대가 전직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모니터할 수 있는 정보라인이 없었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검찰 기소가 임박한 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청와대의 국정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기에 권부로서도 관심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