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하셨습니까?
왜 황망히 홀로 가셨나이까?
왜.
왜...
지난 23일 오전, 주말을 맞아 늦잠을 즐기는 이 범부의 귓속을 후비는 꿈결같은 멘트... 마
치 코미디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황당한 아나운서 멘트에 이불을 살짝 들춰보았답니다. 흐
릿한 눈을 아무리 비벼보아도 차츰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뉴스속보 - 당신이 세상을 떠났
답니다. 죽었답니다. 그래요 전직 대통령이신 당신이기에 서거했답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이런 거짓부랭이 같은 뉴스가 세상에 또 나올 수 있나
요? 어서 그 부리부리한 눈 치켜 뜨고 당당히 말씀을 해 보셔요~ 사실이 아니라고요...
대답없는 당신의 그 묵묵한 메아리를 듣고자 하루를 꼬박 지세우며 지켜본 하늘엔 온통 당
신을 추모하는 매케한 향 내음으로 가득 합니다. 정말 떠나셨습니까, 정녕 돌아가셨나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인가요? 정말 바보군요 당신은... 세상에 스스로 천명을 거스르
는 자 만큼 못난 인간이 또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이 정말로 바보여서 바보라 한 줄 아십
니까? 아직도 믿을 수 없습니다. "내가 죽었다고 헛기사 쓴 xx일보, 이 노무현이 결코 용서
치 않겠다"라고 귀에 익은 경상도 억양이 당장에라도 귓전을 찰싹 때릴 듯 합니다. 참으로
듣고픈 음성, 그 까칠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고독한 최고 권력자의 비련한 고통, 고대 왕조시대로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더욱 굳건
하게 자리한 관료사회의 그 단단하고도 높은 벽에 부딪혀 대통령 되신지 100일도 되지 않
아서 "대통령 못해먹겠다"던 말씀이 이제야 이제서야 실감을 하게 됩니다. 뽑아 놓고 그냥
잘 하시겠지 너무나 믿었던 더 바보 같았던 우리 모두를 용서하소서. 더욱 더 채찍질하고
안아주고 적극 도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리하지 못한 죄가 너무나 크옵니다.
그리고 당신은 왜 그렇게 홀로 당당하셨습니까? 왜 그렇게 솔직 담백만 하셨습니까? 세상
에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자 한 사람도 없을텐데... 당신은 너무도 솔직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속내를 가감없이 오염된 이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당신이 1994년에 출간한 에세이
<여보 나좀 도와줘>의 표지면에서 고해성사한 변호사 수임료 60만원의 사용건에 대해 그렇게 시원스레 밝힐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었는데... 당신은 자랑스럽게 그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를 하고 또 당시 의뢰인에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공자님도 차마 그런
수치스러운 꼴은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당신의 모습에 저희들은 열
광하고 또 끊임없는 깊은 사랑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직껏 당신이 눈을 영원히 감지 않으셨다면 이 광경이 잘 보이시겠지요. 고향 봉하마을은
물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바다 건너 해외에서까지 줄을 지어 떼를 지어 당신 영정앞
에 머리 숙이며 눈물을 훔치는 수많은 시민들의 심장소리를 말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
람들이 당신의 비워진 공간에 대한 애도와 아쉬움을 토로하는지 정녕 모르는 바 아니시겠
지요. 그 어떤 최고 권력가도 하지 못한 친구같은 존재 이웃집 아저씨 같았던 당신의 따스
한 가슴이 너무도 그립고 보고프다는 것입니다.
이제 곧 영원히 먼 곳으로 떠나실 당신,
당신이 이승에 남긴 마지막 글 한 귀절이 모든이의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서산대사님도 득음의 경지에 이를 즈음 다음과 같은 말씀을 게송(偈頌)으로 남기셨지요.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생명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지는것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는지라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나고죽고 오고감이 다 같은 이치니라!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논하기엔 당신은 너무나 젊습니다. 청년 노무현이 해서는 아니
될 생각을 말씀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더 소중한 일을 해야 하고 세상에 진 빚을 갚아야 할
시간이 도래했는데... 그것도 하늘이 내린 삶을 스스로 정리하신 것은 모든이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는 옳지 않은 행위였습니다. 또한 자살률 세계 1위를 달리는 국가답게 최고 권
력가의 자살로 인한 혼란과 후유증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왜
당신이 그러한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당위성과 과정에 대해서 우리 모두는 잘 알
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을 너그럽고 또 과감하게 용서 할 수 있고 더욱 더 당신을 사랑
하게 존경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에게 빌려준 외상 빚을 받을 길이 사라졌습니다. 억울합니다. 너무도 억울하지만
그 채권을 포기하려 합니다. 다만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한줄기 햇살로 이 억눌린 세상
늘 따뜻하게 보살피소서... 아직 세상은 긴 어둠의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았고, 다
시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온전한 호랑이 모습으로 당당했던 금수강산 한
반도의 미래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를 토하는 형국으로 이제 막 삽질을 하려 할 때입니
다. 이를 누가 제지하고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돈없는 국민은 백성도 아닌 세상에 당신의
그 호탕하고 당당한 힘이 참으로 그립고 아쉽게 느껴질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29일, 드디어 이 답답한 강토를 벗어나 영원히 자유로운 영혼이 되십니다. 그
영혼마저도 놓아드릴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이오나 세상 사람들 모두 하나가 되어 당신을
눈물로 놓아드립니다. 제발 더 활짝 웃으시고 여유롭고 넉넉한 그 곳의 평화를 만끽하소
서. 그래야만 이 땅에서 당신을 그리워할 수 많은 자들이 꿈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갈 희망이 생깁니다. 부디 단 한 줌의 원망도 서러움도 다 내려놓고 모두 태워버리고
새털처럼 가볍게 그렇게 떠나소서. 인생사 회자정리라 하지요. 만나면 헤어지게 되고 또
헤어지면 반드시 만난다 하지요. 당신과 이렇게 허망하게 헤어지지만 마음속에선 오히려
매일 만나는 좋은 친구로 그대를 더 가까이 곁에 두고 싶습니다.
먼길 떠나시는 당신
부디 더 살가운 몸짓과 환한 맘짓으로 이별을 고합니다.
먼길 나서시는 당신
아무런 미련, 걱정, 서러움 다시는 기억치 마시고 오직 행복하시길 두 손 모아 비옵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당신은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오며 서럽고 분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
단기 사천삼백사십이년 오월
당신을 많이 그리워 할 시민 김이구 올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소통하는 신문 '주간 <속으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5.27 16:0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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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시는 어두운 길, 그 위에 촛불 하나 밝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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