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분향소로 옮기고 있다.
유성호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침통한 심정을 드러내는 이유는 2009년,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분노와 침통함에서는 깊은 무력감이 배어 나온다. 보통사람이 아닌 전직 대통령조차 힘이 없어지면 견뎌낼 수 없는 이 나라가 싫지만 너무도 평범한 자신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뉴스 밑에 댓글 몇 줄 달고, 추모 사이트에 가서 추모의 글 몇 자 적는 것이 전부다. 대한민국이 싫다고 격한 감정을 담아서 꾹꾹 눌러 몇 줄 적어보지만 자신은 어쨌든 이 나라에서 계속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무력감은 주변 사람들과 공유되면서 집단적 무력감을 형성하고 있다.
집단적 무력감의 형성과 함께 집단적 기억도 형성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다가 심리적 압박을 못 이겨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강한 집단적 기억의 형성에 기여할 만큼 충분히 충격적인 일이다. 분노와 침통함을 내용으로 한 이 집단적 기억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되살려질 가능성이 많다. 당장은 추모 형식의 것일 수 있지만 해석과 의미가 추가되면서 진화할 수 있다.
집단적 무력감과 집단적 기억은 잠복해 있다가 일정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개구리가 뱀을 공격할 정도의 긴박한 상황이 되면 상호 작용을 일으키고 그 결과 행동으로 폭발되는 경우가 많다. 집단적 기억의 행동으로의 변화는 극한 경우엔 무력 대결까지 포함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변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회갈등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미 겪었거나 알고 있는 많은 사건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집단적 기억은 새로운 행동으로 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