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퇴짜맞은 정치인들...MB는 조문할까

이회창·한승수·정동영,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 격한 반발로 되돌아가

등록 2009.05.24 04:25수정 2009.05.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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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는 한승수 총리 "사람 죽이고 조문이냐?" ⓒ 김호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는 24일 새벽까지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 발길을 돌려야 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악연을 가진 인사들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조문을 저지하여 되돌아 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조문을 저지하여 되돌아 가고 있다.유성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3일 저녁 7시 30분쯤 대절한 버스를 타고 문상을 위해  봉하마을에 도착했지만,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제 와서 조문이냐"며 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에서 내린 지 1분도 안 돼 이 총재는 다시 버스에 올랐고,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버스에 물병과 계란을 던졌다.  버스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 전 총재를 태우고 봉하마을을 떠났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때 노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붙었다가 패배한 뒤 정계를 은퇴했었다. 그는 야인시절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해 비판했으며, 자유선진당 창당 이후에도 "전형적 친북좌파 정권"이라고 공격했다.

이날 밤 9시 50분경 봉하마을을 찾은 한승수 전 총리도 조문을 하지 못했다. 한 총리는 빈소에서 500여m 떨어진 마을 입구까지 왔으나 문상을 하지 못하고 타고 온 버스 안에서 문재인·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야 했다. 마을 입구에선 노사모 회원 등 수백 명 사람들이 "이명박은 물러가라 훌라훌라" "한승수는 물러가라 훌라훌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살의 길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를 이끌고 있는 한 총리가 정상적인 조문을 하기는 어려웠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3일 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봉하마을에 들어서려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저지되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3일 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봉하마을에 들어서려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저지되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다.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저녁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에게 저지되어 되돌아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저녁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에게 저지되어 되돌아가고 있다.유성호

정동영 의원이 조문을 하지 못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됐던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의 지킴이로 두 번의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내면서 '참여정부 황태자'라고까지 불렸던 그였다. (정동영 의원은 24일 오전에 다시 찾아와 조문을 진행했다)


왕년에는 정 의원의 동지이기도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배신자'라며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해체과정을 둘러싼 노 전 대통령과 정 의원의 갈등은 깊었다.

2007년 10월 정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된 뒤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와의 화해는 왜 당을 깼는지에 대해서부터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봉하마을 조문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조문에 나서는 것이 격에 맞지만, 봉하마을이 격앙돼 있는 상황에서 격한 반발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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