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판사 "신 대법관께 진정한 용기와 희생 요청"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 "용단 요구는 법원 아끼는 판사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용기"

등록 2009.05.20 18:54수정 2009.05.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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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을 아끼는 제가 판사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용기는 법원가족 모두를 아끼고 사랑해오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신영철 대법관님께, 진정한 용기와 희생을 요청하는 것이다."

 

전국 법원의 잇따른 판사회의로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한 개별 법관들의 의견 표명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이준희 의정부지법 판사(사법연수원 28기)가 19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용기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 판사는 먼저 "처음 이번 사안이 문제화됐을 때, 신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고 했고, 대법원장은 '그 정도로 압력을 느꼈다면 판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일부 언론은 박재영 판사에게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으라는 등 재판권 독립을 문제 삼은 판사들을 비난했고, 이후 대법원 진상조사단과 윤리위원회를 거쳐 대법원장은 엄중경고했고, 신 대법관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며 사태의 과정을 꺼냈다.

 

그는 "(그러나) 판사들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없이 적당한 선에서 무마하려는 법원수뇌부의 인식과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언론의 기사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단의 결과발표에 대해 희망을 가졌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발표에 이은 후속조치에 다시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웠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판사회의와 관련, 이 판사는 "사법부 독립을 위해 밤새는 심정으로 고민하고, 법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정한 방법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의사를 표현하려는 판사들을, 그 진정한 의도를 무시한 채 마치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판사는 "사법부 내의 재판권 독립을 다시 한 번 정립하려는 판사들에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별거 아니다'라고 한다면 이는 그동안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대로 재판을 해온 판사들로부터 법관으로서의 존엄성을, 자존심을, 용기를 훔쳐가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판사는 "판사들의 충정어린 의사표현이 촛불시위의 적법성 여부 등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신 대법관이 촛불시위와 관련한 재판을 유죄의 취지로 판결을 빨리하라고 하지 않고, 무죄의 취지로 성급히 재판하지 말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보고 천천히 재판을 하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또는 다른 어떤 특정한 사건에 다른 어떤 특정한 결론을 말했다고 해도 판사들은 이를 재판권 독립의 침해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작점이 촛불시위 재판과 관련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이 되어서는 안 되고, 색안경을 가지고 이 사안의 결론을 바라보아서도 안 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의 핵심은 재판권 독립을 침해했다는 것이고, 그 자체만을 놓고 이번 사안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판사는 "이번 사안의 해결방법이 그리 쉽지 않고, 어떻게 마무리되든지 그 파장이 있을 것이지만, 최종적인 결과를 떠나서, 법관과 법원가족 모두를 아끼고 사랑해오고 계신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신 대법관께 진정한 용기와 희생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을 아끼는 제가 판사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용기"라고 용단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9.05.20 18:5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신영철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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