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TV
"경제가 빨리 회복되면 엄청난 (경제) 위기가 10년 뒤에 또 다시 닥칠 수도 있다."
"이제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나오긴 했지만,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다른 행성 하나를 만들거나 세계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불황은 계속될 것이다."연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듯했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작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이고, 앞선 진단과 전망으로 널리 알려진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공화당 정부 때는 '부시의 저격수'로 불렸지만, 올해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으로 유명하다. 미 주간잡지인 <뉴스위크>는 크루그먼 교수를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급 골칫거리"라고 비유할 정도였다.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첫번째 회의 주제연설자로 나선 크루그먼은 예상대로 현재의 세계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전 세계,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도... 근본해결책, 지금도 찾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 경기 회복 신호를 알리는 지표를 두고, "최악의 금융위기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면서도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나온 정도이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경제가 너무 빨리 회복하게 되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예 10년뒤인 오는 2018년에 다시 엄청난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말할 정도였다.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선,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극도로 수요가 위축된 상태에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크루그먼 교수는 "근본적인 위기 해결책은 무엇이냐"고 되물으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위축된 수요를 살려야 한다면서, "또 다른 행성 하나를 만들거나, 세계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한 불황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최근 미국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친환경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수요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아래는 폴 크루그먼 교수의 연설 전문.
한국경제신문과 TV에 초청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슬라이드 프리젠테이션 보다는 금융위기의 성격과 전망, 금융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보도록 하겠다.실질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살펴보겠다.다 알겠지만 현재는 심각한 경제위기다.대공황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글로벌한 차원에서보면 이 위기의 1차시기는 어떻게 보면 대공황의 1차 시기와 상당히 비슷하다. 산업 생산이 대공황 때와 마찬가지로 급격히 떨어졌고,무역의 감소 속도는 대공황의 1차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따라서 엄청난 충격이 발생했다.비관론자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이었다.하지만 대공황의 2차시기와 똑같이 연출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결국 대공황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다.이번 위기의 핵심은 미국에서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엄청난 주택 버블이 발생했고, 그 일부분이 느슨한 대출규제로 이어져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이 이뤄졌고, 버블로 인해 그와 같은 부실대출이 가려졌다는 것이다.증권화의 과정도 위기를 불러오는 역할을 했다. 특히 CDO의 경우 사람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보지 못하도록 했다.그래서 AAA로 등급이 매겨졌지만,기관들이 투자를 하면서 상응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모르고 투자했다.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높았던 것을 사람들이 몰랐던 것이다.금융은 리스크를 줄이는 게 문제인데,프린스턴대 동료 신현송 교수가 말했던것처럼 금융시스템이 리스크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위험 줄여야할 금융시스템이 오히려 위험 늘려"주택버블이 터지면서 디레버리징이 발생하게 됐고,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졌다.결국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쳤다.이것이 금융위기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다.틀린말은 아니지만 완전한 스토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글로벌한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겠다.두가지를 볼텐데 첫째는 다양한 대출 형태,나아가 금융 서브프라임을 넘어서 더 넓은 범위에서 보자는 것이다.미국의 상황을 보면 많은 대출이 부실화 되었는데 단순히 서브프라임만은 아니었다.신용카드와 상업용 부동산 등 많은 대출이 부실화 되었다.금융시스템의 문제를 넘어서는 대출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가계 부채 그래프를 보면(GDP대비) 지금 보는 것처럼 세계대전 이후 부채비율이 늘어나는데,이는 대공황이 끝난 직후 부채가 없었기 때문이다.이게 안정세를 보이다가 1980년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게 된다.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다시 말해 부채비율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그렇게 해서 취약성이 발생했다.타이밍도 우연이 아니었다.1980년대 규제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1985년에 가파른 상승세로 바뀌게 되는데,과다한 대출이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주택버블이 여러국가에서 발생했다.미국보다 더 커다란 버블이었다.미국은 연안지역의 경우는 버블이 있었지만 내륙은 그렇지 않았다.하지만 아일랜드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연안수준으로 버블이 발생했다. 경상수지를 보여주는 차트를 보자.중국은 흑자를 기록했다.유럽은 변화 없지만 독일은 흑자다.스페인 아일랜드 동유럽은 대규모 적자를 냈다.바로 이러한 구도는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졌다.과다한 대출을 유지할 수 없는 자본이 일부 국가로 들어간 것이다.이러한 과도한 대출로 인해 잠재적인 위기가 발생했던 것이다. 미국은 왜 이렇게 많은 부채를 지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