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해수욕장에서 친구들 부부, 뒤에보이는 배경이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이승철
"굴이 널려 있네요, 우리들도 굴을 따서 한 번 맛볼까요?"
다른 60대 부부가 따고 있는 것이 굴이었다. 그러나 말이 갯벌에 널려있는 굴이지 굴 따는 일이 보기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몇 개를 따서 짭짤한 굴 맛을 내게 보여준 아내가 그만 일어서고 만다.
"그냥 바다구경이나 해야겠네, 참 좋다, 이렇게 바닷가에 나와 서있으니까."
아내의 눈빛은 어느새 그리움에 젖어든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충청도 산골이 고향인 아내에겐 어린 시절 친하게 함께 자란 소꿉친구가 있었단다. 그런데 그녀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고향에서 살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떠난 곳이 이쪽 바다 어디쯤엔가 있는 섬이었는데 그곳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부모님을 도와 조개도 캐고 굴도 따며 자랐다. 그런데 그렇게 자란 그녀가 같은 마을에 사는 청년과 결혼하여 살았는데 아이 둘을 낳은 어느 해 남편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그만 실종되고 말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