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어보는 외국인들
임호형
관광객들의 발길이 어느새 기념품 가게로 머물렀다. 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 바로 기념품 구경 아니던가. 수줍은 20대 일본 여성은 전통 혼례복을 입은 조그만 신랑신부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린다. 영국에서 건너온 노부부는 손자손녀들에게 보낼 엽서들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중동에서 유전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50대 아저씨는 기념주화 매대 앞에 머물다 이내 나가버린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기념품을 물으니,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동남아 국가의 관광객들은 주로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전통 액세서리를, 유럽권 관광객들은 간단한 카드나 엽서 종류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에 반해 아랍권에서 비즈니스차 방문했다는 남성들은 기념품보다는 본인이 직접 전통 의상들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체감형' 행사 등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기념품 쇼핑 취향도 나라별로 가지각색이다.
궁,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다걸음을 옮겨 흥례문에 도착하자 관광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멈춘다. 조선시대 당시 수문장과 호위 군을 그대로 본 딴 '수문장 교대식' 재연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행사를 지켜본 인도인 샤르마지 발탁(52)씨는 "입구에서부터 궁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재현 행사들 덕분에 가이드 입을 통해 전해 듣는 수동적 관광이 아닌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는 관광인 것 같아 경복궁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사진촬영 할 수 있는 포토 존도 마련돼 있었다. 조선시대 왕후의 옷을 입고 한껏 포즈를 취하는 필리핀 여성 미쳉 가부요(28)씨는 한복의 고운 색과 날렵한 옷 매무새에 연신 감탄했다. 또한 이날 경복궁에서는 관광객들이 직접 조선시대 사람이 되어 실제 왕실의 생활 모습을 더 쉽고 역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왕가의 산책'이란 행사도 인상적이었다.
시간의 흔적과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를 곳곳에 간직하고 하루에도 수백명의 관광객을 기쁘게 맞이하는 경복궁은, 낯선 외국인 관광객들로 하여금 그저 보고 듣기만 하는 관광지가 아닌 한국의 문화를 직접 느끼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바이어들에게 우리의 '궁'이 한국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는 매력으로 다가가는 순간을 지켜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과 함께 갑자기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어진다.
이번 주말엔 딸아이와 함께 초록잎으로 물든 우리 아파트 단지에 파란 나뭇잎들을 따와서 빻은 후 함께 우리의 선현들이 그랬던것 처럼, 물감 삼아 그림을 그려봐야겠다. 경복궁의 단아하고 고운 색감들을 떠올리며, 또한 그 정숙한 색감들에 반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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