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과 김수영 사천시장의 간담회 장면.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았다.
하병주
그러나 김수영 사천시장이 "그 자리가 주유소 들어설 자리는 아니지 않나. 공원으로 만든다든지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말을 하고 난 뒤부터는 입장이 조금 바뀌었다. 공사 중인 주유소 터가 교차로지점인데다 향후 도로확장계획이 잡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땅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예산을 써 가며 민원을 해소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결국 주유소업자 뜻대로 되는 것 아닌가" 등등 터 매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사천시청에 비하면 사천교육청은 주유소 설립 과정에 크게 간여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천시가 주유소 설립에 관한 의견을 물었을 때 환경위생정화구역 제한시설 여부를 떠나 신중한 검토를 해달라는 요구를 왜 하지 못했나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도면상으로도 주유소와 유치원이 붙어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육청에서 조금이라도 아이들 안전에 문제의식을 가졌더라면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후 경상남도교육청 법무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살피는 등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는 듯 보였다. 또 한때는 "사천시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겠다"는 담당자의 분명한 입장표명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을 점점 흐리더니 지금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주유소 업자 실수로 화살 피한 사천소방서 주유소 설립에 있어 전반적인 '판단'의 몫이 사천시청에 있다면, 공사 착공에서부터 준공까지 진행 과정에 있어 권한과 책임은 소방서에 더 있다. 주유소 설립에 관한 세부 기준이 소방 관련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천소방서의 입장과 대응자세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은 사천소방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위험물 안전관리법'에 따라 공사할 것을 주문하며 '동의' 의견을 내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유소를 설립하려던 원씨의 실수가 나왔다. 소방서에서 위험물제조소 등 설치허가를 얻어 시공하라고 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사천소방서는 '유치원 앞 주유소 논란'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이를 발견,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원씨를 입건했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제6조1항에는 위험물시설을 설치할 때는 해당 광역자치단체에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 업무는 소방서가 위임 받아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35조2항에는 위 규정을 어길 시 1년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정하고 있다.
사천소방서 행정업무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소방청 본부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건축허가동의절차와 위험시설물 설치허가절차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음에 따라 비용증가, 행정 불신 등의 폐해가 있다고 보고 이를 한꺼번에 검토하라는 업무지침을 내려 보냈다.
만약 사천소방서가 이미 접수된 도면 등 관련 서류를 통해 주유소 설치허가절차까지 밟았다면 다른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도 높았다.
유치원, 적어도 위험시설물에 관해서는 법에 버림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