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 전시된 방안 모습. 벽에 걸린 액자에는 가족사진들이 걸려 있다.
최종명
'달동네'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린이들은 혹시 '달이 보이는 동네?'라고 할 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동심 속에는 낭만적인 기호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40대, 6~70년대를 거치며 학교 생활을 한 세대는 '가난과 슬픔의 역사'라는 인식이 묻어있을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촌을 떠나 도시 산동네로 몰려든 사람들은 천막이나 무허가 집을 짓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가난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주며 살아가고, 때로는 크고 작은 이익 때문에 싸우기도 하던 '눈물 젓은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통치하면서 산비탈에 움트고 살던 집들이 차례로 재개발 아파트의 희생양이 돼 철거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서울을 비롯 대도시마다 '하늘 아래 가장 먼저 달을 맞는 동네'가 비명횡사를 맞게 된 것이다. 가난을 상징하지만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린' 곳이니 그립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인천 동구의 한 산동네에 달동네의 흔적을 고스란히 거둔 실내박물관이 있어서 찾아가봤다.
이미 개관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으니 사람들이 꽤 많이 알고 있는 곳일 터이다. 인천 수도국산에 위치한 이 달동네박물관에는 당시 생활상과 서민적인 캐릭터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주말에 아이들 손을 잡고 한번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길 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인천 동인천역 4번 출구로 나와 송현시장 아치를 찾은 뒤, 그 골목으로 500미터 가량 비탈길을 타고 오르면 된다. 비탈 옆 전봇대에 걸린 '달동네' 표시에 밤 조명이 켜지면 좀더 진한 여운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 정식 박물관 이름이다. 어른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이며 4세 이하는 무료이니 입장료도 아주 부담 없다. 주변은 쾌청한 송현근린공원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 달동네의 거리 모습을 접하게 된다. 뻥튀기 만드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도심을 벗어난 곳에 가면 가끔 옥수수나 쌀을 튀겨 파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 옛날 달동네는 물론이고 골목마다 한두 번 이 '뻥' 소리와 함께 귀를 막고 뛰어다니던 아이들 모습이 그립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기는 하겠지만 잘 설명해주면 재미있다고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