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오마이TV를 통해 생방송 된 '탁현민의 이매진'에 출연한 배우 임예나씨.
권우성
"여자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걸 의미한다. 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해서 (꼭 그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막막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심리적으로도 힘들고. 컴컴한 터널을 걷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배우의 길을 가려 하는가. 두 배우에게 짧지만 명확한 대답이 나왔다.
"이거 아니면 안 되겠으니까.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하지 않나."강다원씨는 "지금 안 하면 기회가 없을 것이고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될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 재밌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느냐"고 웃었다. 임예나씨는 "포기 유혹이 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고 쿨 하게 덧붙였다.
이들에게 연기는 끊을 수 없는 일종의 '마약' 같은 것처럼 보였다. 강다원씨는 연기의 매력으로 "여러 캐릭터의 삶을 살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스스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나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임예나씨는 "연기를 하다보면, 그리고 상대 배우와 함께 감정과 액션을 주고 받다보면 나 스스로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때가 있는데, 그 때의 쾌감이 크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갖고 있는 연기를 향한 유혹은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애연가에게는 금연클리닉이 있고, 알코올중독자에게는 알코올클리닉이 있다. 하지만 '연기 중단 클리닉' 같은 게 없으니 이들의 연기를 향한 질주 본능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이날 임예나씨는 "이순재 선생님처럼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 시청자들이 봤을 때 믿음이 가는 배우고 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사실 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이 보여주듯, 한 연기자가 꿈을 지키고 이루는 건 개인의 의지문제를 넘어선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탁현민 교수는 이런 클로징 멘트를 남기며 방송을 끝냈다.
"사회가 제도가 그리고 부정과 유혹이 이 두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꿈을 가진 젊은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박수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이날 두 신인 배우는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생중계 방송을 마쳤다. 어쩌면 이날 방송은 훗날 그 어떤 값진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국민 여배우'의 첫 생방송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런 날을 위해서라도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탁 교수 말대로 작은 박수를 보내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