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위기 원인 진단 없이 구조조정만 강요하나

[신문사설 공개첨삭 ③] <중앙일보> 사설 "쌍용차, 구조조정 없이는 회생도 없다"(2009. 5. 8)

등록 2009.05.09 10:07수정 2009.05.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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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에 대해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편이 청산하는 것보다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이 삼일회계법인에 맡긴 평가보고서는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3276억원으로 청산가치 9386억원보다 3890억원 많다고 평가했다. 일단 파산은 면했으니 쌍용차로서는 회생을 위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평가는 쌍용차가 지금 상태에서 저절로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를 상정한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거꾸로 말하면 자구노력과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회사를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회사가 제시한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 방안이 계획대로 실행되고 신규자금 2500억원이 원활하게 조달된다는 전제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차질을 빚을 경우 회생절차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로서는 일단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으나 한 숨을 돌리기에는 앞으로 갈 길이 너무도 험하다. 법원의 판단은 쌍용차의 회생을 보장하는 최종결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고난의 출발신호일 뿐이다.

[첨삭]

<중앙일보>는 쌍용차 문제의 해결 방안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회사를 살리려면 그렇게 해야 한단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자. 쌍용차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문이 든다.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이 무슨 하품 나오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서는 사용할 수 없는 법. 올바른 원인 진단이 우선이다. 문제 발생의 책임소재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래야지 고통을 공정하게 분담한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고, 불필요한 갈등을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앙일보>에서는 쌍용차 위기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부득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각을 직접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지난 4월 그들이 작성한 선전물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그 책임은 정부와 상하이투기자본!
2004년 쌍용자동차 매각을 승인한 것은 한국정부와 당시 채권단이다. 특히, 해외매각만이 살길이라며 쌍용자동차를 중국 상하이투기자본에 매각하여 법정관리 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법정관리는 노동자들의 과다한 임금과 복지요구, 노사갈등과 대립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때문에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상하이투기자본의 기술유출 검찰수사 결과를 밝히고, 기술유출 담당자 처벌도 해야 한다. 정부(산업은행)는 즉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쌍용자동차의 올바른 정상화를 통한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고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상하이투기자본 4년의 농간! 쌍용자동차 법정관리는 의도되고 계획된 것!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 투기자본은 2004년 장기투자(10억달러 투자)와 고용안정, 2007년까지 40만 대 생산체제 구축, 세계적 RV-SUV 전문 기업으로 키울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고, 쌍용자동차 기술만 약탈하는데 집착했다.

또한 사내 전산망 통합으로 설계도면 자유롭게 이전, 연구소 통합으로 쌍용자동차 기술을 상하이 자동차 모델 개발에 활용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신차개발에는 3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개발비의 10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쌍용자동차 SUV전 차종과 체어맨W, 커먼레일 엔진,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까지 빼내갔다.

상하이자동차가 기술유출과 구조조정에 전력을 하는 동안 쌍용자동차의 경영 상태는 날로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완성차업체는 1~2년마다 신차종을 개발하는데 쌍용자동차는 2004년 이후 새로운 차종을 내놓지 않아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상하이 투기자본"에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정리해고)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조하면, 이것은 압박이나 협박이 된다.


이렇게 되면 <중앙일보>가 의도했던 사태의 빠른 해결은 바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감정만 자극해서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원인과 해결 방안이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우선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그런데도 쌍용차노조는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조는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존속은 당연한 것이고, 구조조정은 안 된다"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회사 측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제시한 2646명(전체의 37%)의 인원감축안을 거부하면서 만일 8일 예정대로 노동부에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할 경우 전면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쌍용차의 회생 시도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산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곧바로 파산절차를 밟는 것이다.

[첨삭]

경영부실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의 반발은 필연적이다. 노동자들의 처지에서는 회사와 채권단의 구조조정에 맞서 단체행동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회사의 파산이라는 으름장으로 노조의 파업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헌법과 노동법에 보장된 파업할 권리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영부실의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안아야 한다면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노동자들에게 보장된 기본권은 지켜져야 한다. 그 누구도 함부로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결정은 노동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중앙일보>는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하기에 앞서 책임에 따른 고통의 분담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언론이 공정해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사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없이 다 함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바람이 구조조정 없이는 다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는 엄혹한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쌍용차노조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한 결정을 하기 바란다.

[첨삭]

<중앙일보>는 마치 노동자들이 회사의 회생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몰염치한 집단으로 표현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쌍용차 노조에 따르면 "정년퇴직과 비정규직 해고를 포함 상하이투기자본이 쌍용자동차 인수 후 4년 동안 2천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일터를 떠났"으며, "또한 노동조합은 사측의 구조조정에 대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혼류생산, 물량이관, 전환배치 등 다른 완성차에서 할 수 없는 것까지 수용하고 묵인해 왔다."라고 주장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쌍용차 노조는 지난 4월7일 기자회견문 <노동조합은 쌍용자동차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아래 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이러한 노조의 노력은 외면한 채 노동자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 고통분담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말이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이해는 글쓴이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상대의 주장을 외면하고서는 상대를 결단코 설득시킬 수 없다. 상대를 굴복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이러한 태도는 하루빨리 청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 자료>


[기자 회견문]노동조합은 쌍용자동차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은 쌍용자동차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우선회생과 총고용보장을 위해 다음의 조치를 발표한다.

1. 부실경영 책임을 법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 상하이가 갖고 있는 51.33% 지분 소각
2.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로 총고용 유지한다.(5+5와 3조 2교대)
- 정부정책을 사측과 정부 스스로 거스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3. 비정규직 고용안정 기금 쌍용자동차지부가 12억 출연
- 비정규직 정규직 함께 살아야 한다.
4. C-200긴급자금, R&D 개발자금, 쌍용자동차지부가 1,000억 담보
- 회생의 주체적 입장에서 어떻게든 쌍용자동차를 살려야한다는 대의에서 결단
5. 산업은행 우선회생 긴급자금 투입요구
- 쌍용자동차 자금 투입 더 이상 미루면 호미로 막을 문제, 가래로도 못 막는다.

❍ 오늘 우리는 쌍용자동차의 올바른 정상화를 위해서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자 이 자리에 임했다. 또한 총고용을 지켜내는 것이 일부의 기득권 유지가 아닌 비정규직, 사무직, 정규직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는 대승적 차원의 역할임을 확신하며, 일자리 만들기라는 전사회적 방향과도 그 궤를 함께 한다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 임하게 되었다.

❍ 그러나 오늘 쌍용자동차지부는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 법정관리에 이르게 한 근본 책임 당사자는 어떠한 처벌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에서 상하이 투기자본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애꿎은 노동자들만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전가 받고 있는 냉혹한 현실 앞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 없기 때문이다.

❍ 몇 달째 임금체불로 가정은 파탄 지경에 처해졌으며, 2000여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의 대량 발생, 학원비 와 주택비 등 기본적인 생황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노동자들의 삶 자체가 파산될 지경이다.
❍ 아무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질식할 것 같은 상황 앞에서 쌍용자동차지부가 결단을 내린다. 대량해고 위기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비정규직 고용안정 기금 12억을 쌍용자동차지부가 출연한다. 또한 C200공사및 연구개발비 1000억원에 대해 쌍용자동차지부가 담보한다. 또한 정부 정책이기도 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유지 (5+5와 3조 2교대를 포함한 근무형태 변경)를 통해 사람을 잘라내는 방식이 아닌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을 도입한다.

❍ 쌍용자동차지부의 이러한 결단은 총고용을 지켜내는 전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리해고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지금 필요한 것은, 가정경제의 파탄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진정어린 결단에 정부와 사측은 공적 자금 투입과 상하이 소유의 지분을 즉각 소각하는 것으로 화답해야 한다.

❍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량의 정리해고 사태는 노동조합의 이러한 노력과 주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임은 물론 쌍용자동차 정상화라는 대전제를 일순간 파탄내는 위험 천만한 도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인내한 것은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기대 때문이었다.이제 노동자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더 이상 노동자들을 상대로 고통전담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 인력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은 사회적 비용을 크게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며, 교훈이다. 1998년 현대자동차 및 만도기계 정리해고과정,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정부 또한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이다.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인원감축을 통한 정상화는 길이 아니다.

❍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해 전체 구성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천벽력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은 기업내부 조직문화의 수동성을 강화하고 현장유지적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특히 기업에 대한 '도구주의적 인식과 태도'가 확산됨은 물론 이런 조직문화로는 위기를 극복하는 통합적 힘을 발휘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 쌍용자동차지부는 대규모 정리해고 방식으로 쌍용자동차의 정상화는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쌍용자동차지부가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출한 만큼 이에 걸맞는 사측과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2009.4.7

[총평]

위의 글은 전체적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글쓴이의 태도로 쌍용차 사태의 원인 진단이 소홀히 다루어졌고, 노동자들의 반발을 파렴치한 이기주의로 몰았다. 이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단체행동권도 제약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글을 쓸 때는 상대방의 주장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외면하고서는 좋은 글도 쓸 수 없고, 상대를 글쓴이의 생각으로 끌어올 수도 없다. 글을 쓰는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만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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