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솜사탕 아저씨'를 주목한 까닭은?

등록 2009.05.08 14:31수정 2009.05.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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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통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요

 

시사IN의 김은남 기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요즘 솜사탕 아저씨로 변신했다는 블로그의 글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 때 삼성재벌과 함께 싸우면서 언론운동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데, 지역언론에 대한 저의 고민을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습니다. 김은남 기자는 시사IN에 <기자체험 '끊고 살아보기'> 등 '생활뉘우스(?)' 식의 살가운 기사를 기획해 저와 궁합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독자 블로그를 세심하게 관찰했다는 사실이 고마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솜사탕 아저씨는 사실 3년 동안 언론운동을 하면서 고민을 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솜사탕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장치입니다. 솜사탕을 통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통해서 부모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지역언론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바로 하얀 솜사탕인 셈입니다. 솜사탕 매대에서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솜사탕 순서를 기다리는 부모님과 판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판교 주민들이 일종의 취재원인 셈입니다.

 

지역언론의 디딤돌을 만들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집단지성이라는 세계적인 흐름과 촛불이라는 창의적인 사건을 통해서 독자들의 권리의식과 감각이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권리의식에 대한 감각이 확장되면서 사적 이슈와 공적 이슈가 결합되고, 생활 이슈와 정치 이슈가 결합되고, 로컬 이슈와 글로벌 이슈가 결합되는 등 생활과 운동이 결합하고 문화와 정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영역이 급격하게 사회 의제로 출현하고 정치화되는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판교 솜사탕과 지역언론은 이런 최신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거대담론은 지역 공동체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참여를 이끌기 어렵습니다. 주요 신문들과 정당들은 이 문제에 천착하기 때문에 점점 지지자들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지역언론은 지역민의 살가운 사연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참여를 이끌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주류 언론들과 정치세력들이 거대담론을 다투는 바람에 지역은 토호 세력들의 먹잇감이 돼 버렸습니다. 한 지역언론사 기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지역 언론이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내 지자체를 곤혹스럽게 한 후 관급 공사를 친인척에게 수주하게 한다든지 촌지를 받는다는지 취재비를 따로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지자체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지역언론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여론을 선동하고 왜곡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호도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언론개혁에 뜻이 있는 시민들이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의 싸움에 매진하는 사이에 '지역의 조중동'들이 뿌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언론사가 그렇지는 않지만, 지역의 풀뿌리 언론환경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데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담아내는 지역언론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며, 이런 경험을 선례로 삼아서 다른 지역으로 나아가면 지역과 지역이 전국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도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뜻 있는 언론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판교 솜사탕은 언론 시민운동-정론매체의 협력 모델 실험실

 

판교 솜사탕은 경향신문 판교지국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판교지국은 경향신문사와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이라는 시민모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국입니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은 국민성금을 통해 경향,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 정론매체를 구매해서 전국 각지에 보급하는 시민모임입니다. 전국에 조직망을 두고 있으며, 현재까지 50만부 이상을 배포했습니다. 이 시민모임 때문에 전국에서 정론매체를 읽을 수 있게 됐고, 독자들의 '읽을 권리'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현재 50개 이상의 배포팀이 매일같이 배포활동을 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만 300여 개의 배포 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을 구매하는 재정은 시민성금만으로는 힘에 부칩니다. 올바른 언론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통한 자생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국을 통해서 신문구독을 확대해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은 언론운동의 활동자금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이 시민모임의 목표입니다.

 

아울러 <시사IN>에도 보도가 됐듯이, 현금, 상품권, 자전거 등 불법경품의 신문판촉 관행을 개선하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은 부자신문에 의해서 너무나도 왜곡됐습니다. <진알시>가 '판교'라는 곳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0~40대의 젊은 독자들과 조선, 중앙, 동아의 왜곡논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뿌리'처럼 오래된 불법경품 관행 때문에 정기구독 캠페인을 하면 "무엇을 줄 것이냐?" "혜택이 뭐냐?"며 물어봅니다. 지역언론은 불법경품의 대체물로 기능합니다. 동화작가, 현직 어린이집 교사, 교수, 철학 교사  같은 뜻 있는 분들이 지역 소식지 편집위원으로 편집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역 언론은 '콘텐츠'가 유일한 자산입니다. 신도시 판교의 부모님들은 교육 문제를 걱정하기 때문에 8면의 50% 이상을 육아 문제, 어린이 교육 문제 등에 할애할 예정입니다. 무가지 형태의 지역언론 소식지는 광고와 지역뉴스, 육아, 어린이교육 콘텐츠로 무장해서 경향신문에 첨부될 예정입니다.

 

지역의 문제는 오마이뉴스나 블로거뉴스, 카페 등 온라인 매체와 커뮤니티를 통해서 공유하고, 감당이 안 되는 문제나 사회적으로 주목되는 문제의 경우 경향신문 본지에 취재 요청을 해서 여론을 만들면 수익구조뿐만 아니라 언론활동 역시 중앙과 지방의 협동작전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언론운동을 고민한 많은 시민들의 꿈이 담겨 있는 '솜사탕 1호'가 나래를 활짝 피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오승주 기자는 <진실을 알리는 시민>의 회원으로서 지역언론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9.05.08 14:3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오승주 기자는 <진실을 알리는 시민>의 회원으로서 지역언론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솜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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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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