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8일 황영기(57)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내사설과 금융감독당국의 조사 등이 불거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 사장 출신으로 참여정부시절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황 회장은 지난 대선 막판에 이명박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금융계의 MB 실세로 꼽혀온 인물이다. 작년 7월 이후부터 KB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금융권에선 황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현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계 인사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정부의 금융권 길들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 등을 지원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자신들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와대 내사설을 둘러싼 논란 우선, 황영기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내사설.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청와대 사정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서브프라임 채권에 투자해 40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지난해부터 내사해 왔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대출 특혜 등 황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정라인 내사로 인해, 다음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수행원 최종 명단에서 황 회장이 빠졌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또, MBC는 황 회장쪽도 이같은 내사 사실 자체를 시인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쪽에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해명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8일 이같은 내사설을 공식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차원에서 황 회장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보고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수행원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명단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원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추천한 기업인 명단에도 (황 회장은) 없었다"면서 "이번 대통령 순방은 자원외교이기 때문에, 금융쪽인 황 회장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쪽도 부인하긴 마찬가지. 금융지주도 이날 기자들에게 자료를 통해 "청와대의 내사설이나 황 회장이 관련당국에 해명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전격적인 우리은행 종합검사는 왜?청와대의 황 회장에 대한 내사설이 불거지자마자, 금융감독당국도 팔을 걷어 올렸다. 8일 금융감독원은 다음달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초 올 9월께로 예정됐던 검사를 석 달이나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종합검사에 앞서, 자료 수집 등 사전검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내용이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우리은행이 대규모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게 된 원인 등을 규명하는 것이 조사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맡고 있던 사람이 황영기 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본격적인 금감원의 조사가 진행되면, 황 회장 책임 여부를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이번 조사가 황 회장을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이며, 종합검사에 앞서 현재 이런저런 각종 자료 검토 등 사전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 회장의 책임 여부에 대해,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서브프라임 채권 투자 손실에 대한 원인 규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황 회장에 대한 책임 여부는)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