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정과 바로 옆 한산군종택 대문. 전통건축물과 새로 지어진 대문의 조화가 절묘하였다.
김재현
경체정을 지나 '시드물'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마을로 들어가면 사덕정이 보인다. 도착하니, 사덕정 앞 연목 너머 할머니께서 식물을 매만지며 잡초를 뽑고 계셨다. 사덕정 바로 옆으로는 한산군종택(韓山軍宗宅)이라고 써있는 신식 한옥대문이 보인다.
서울에서 낯선 이가 방문하니 할머니께서는 놀라면서도 반가워하시는 기색이 역력하셨다. 사덕정에 관해서 이것저것 여쭤보고 사진도 찍고 있는 동안에 주인 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에도 사학과 교수, 학생들이 사덕정을 보러 왔다며 찬찬히 둘러보라고 손짓하신다.
사덕정은 외관 상 매우 폐쇄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루 전면에 어열개 문을 달아 필요에 따라 방을 확장시킬 수도 있고 마루를 확장시킬 수도 있다. 정자 뒷편에는 아궁이가 두 개 있었는데 최근까지도 불을 땐 흔적이 있었다. 사덕정을 ㄷ자로 둘러싼 담벼락은 마치 조각보 같아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사덕정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감탄하자 할아버지께서는 사덕정 옆 영모당과 위패를 모신 곳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다. 먼 곳에서 온 객이라며 차를 대접해주시는 모습에서 시골의 정을 듬뿍 담아올 수 있었다.
쪽빛 계곡, 가파른 산기슭에 사미정사미정은 현존하는 정자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사미정 앞 굽이 돌아 흐르는 계곡물은 옛적에는 그 물의 깊이를 알 수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수위가 얕아졌다. 하얀 반석이 아름다워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이 곳은 정자의 이름을 붙여 사미정 계곡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