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황정민, 차승원... 셋 중 누굴 찜할까

[TV리뷰] <시티홀>·<그바보>·<신데렐라맨>, 안방자리 놓고 '격돌'

등록 2009.05.07 16:10수정 2009.05.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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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어떤 드라마를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의 줄임말)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늘 고민되는 일이다. 특히나 재미있고 흥미 가는 드라마가 동시간대 2편 이상 방영되는 상황이 닥치면 '오늘은 뭘 볼까?'하는 행복한(?)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물론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본방 사수하지 않은 드라마는 나중에 재방송이나 케이블TV를 이용해서 꼭 챙겨 본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나는 수요일과 목요일, KBS <미워도 다시 한 번>과 SBS <카인과 아벨> 사이에서 그런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작품이 같은 날 동시에 끝났고, 당분간 이제 그런 고민을 할 일 없이 한 작품에 정착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새로 시작한 KBS <그저 바라보다가>와 SBS <시티홀> 덕분에 행복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MBC <신데렐라맨>까지 가세하여 2파전이 아닌,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덕분에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만 되면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채널 고정을 어디로 할지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나말고 다른 시청자들도 그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세 수목 드라마가 나란히 출발점에 선 이 시점에서, 아직 뭘 봐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시청자들을 위해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신데렐라맨] 주연배우 인기에 못 미치는 시청률... 반등 기회 올까?

 MBC <신데렐라맨>의 한 장면.
MBC <신데렐라맨>의 한 장면. iMBC

<신데렐라맨>은 현대판 '왕자와 거지' 이야기다. 오대산(권상우 분)과 이준희(권상우 분)는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 그러나 신의 장난으로 둘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내달리게 된다. 거대 의류업체인 '소피아 어패럴'의 차남으로 성장한 준희와는 다르게 대산은 고아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심장이 안 좋았던 준희는 가족들 모르게 수술을 받으려 하고, 그동안 자신의 빈자리를 매워줄 적임자를 찾다 우연히 대산을 만나게 된다. 자신들이 쌍둥이 형제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렇게 둘은 계약을 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파리 유명 디자인 학교의 학생에서 동대문 상가 주인으로 전락한 서유진(윤아 분)과 준희의 이복형 이재민(송창의 분)이 끼어들면서 드라마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한류 스타 권상우와 최고의 여성 아이돌 소녀시대의 윤아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신데렐라맨>은 그러나, 주연배우들의 인기에 비해 고전하고 있는 중이다. 방송 초반에는 <카인과 아벨>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위세에 눌렸다가 이들의 종영으로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또 다른 복병 <시티홀> <그저 바라보다가>를 만났다. 경쟁작들보다 2주나 먼저 시작한 선점 효과를 누리는 일은 없었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권상우와 윤아


시청률이 낮아도 작품이 좋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으면 언제든 반등의 기회는 찾아온다.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시청자들의 호평은 마니아층을 낳고, '명품'이나 '웰메이드'로 작품이 종영한 후에도 입에 오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신데렐라맨>은 불행히도 두 가지 측면 모두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점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다. 권상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류 스타지만 데뷔 이래 꾸준히 발음 문제로 지적을 당하고 있다. 극 중 1인 2역을 맡아 오대산과 이준희 모두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오대산의 코믹스러운 연기는 제법이지만, 이준희의 진지한 연기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는 평이다.

윤아 역시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작 <너는 내 운명>에서 40%가 넘는 시청률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작품의 승리이지 윤아의 공은 아니다. 평면적이고 밋밋한 연기였지만, 그럼에도 연기력에 대해 말이 없었던 건 '발호세'로 혹독하게 비판당한 박재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덕분이다. 연기 변신을 시도한 아이돌 중에서 제법 낫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 내에서의 평가에 불과하다.

중심을 잡고 있는 두 남녀 주연배우의 연기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극이 중심을 잘 잡고 가기란 쉽지 않다. 배우의 연기는 막장 스토리를 명품으로 둔갑시킬 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 <신데렐라맨>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것은 전적으로 권상우와 윤아에 달렸다.

[시티홀] 신우철·김은숙 콤비의 회귀... 하지만 안심은 금물

 SBS <시티홀>
SBS <시티홀>SBS

신우철·김은숙 콤비가 돌아왔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등의 '연인' 시리즈로 드라마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장본인들, 그리고 지난해 <온에어>를 통해 '오승아 신드롬'을 일으키며 방송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던 그들이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전작 <온에어>가 방송가를 무대로 했다면 이번 <시티홀>은 정치판이 주무대라고 할 수 있다.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 인주시, 그곳에서 시장 비서로 일하고 있는 10급 공무원 신미래(김선아 분)와 부시장으로 새로 부임한 조국(차승원 분)의 좌충우돌 시정(市政) 이야기를 그린 <시티홀>은 첫 회에서 마을 이장 선거와 시의회 활동을 통해 현 정치 세태를 재치 있게 풍자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들었다.

36살의 노처녀 신미래는 엉뚱·발랄한 캐릭터로 인주시청 시장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10급 공무원이다. 하는 일은 커피 심부름과 문서 복사 같은 잔일.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그녀를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시청에서 일한 덕에 때때로 시정을 바라보는 데 있어 예리한 안목을 과시하기도 한다.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김선아의 '삼순이표' 코믹연기

조국.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패스한 엘리트 관료로 자신이 모시는 어르신의 명에 따라 도청에서 인주시 부시장으로 내려온다. 어르신에게 "주실 거라면 작은 인주시 대신 더 큰 나라가 갖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할 정도로 담대한 야망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내지만,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년시절의 아픔은 늘 내면의 상처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두 남녀의 시정 이야기를 풍자성 가득한 정치 코미디로 버무려내는 <시티홀>은 시청자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4월 29일 첫 방송에서 13.9%(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다음날 30일에도 0.7% 상승한 14.6%(이하 동일기준)로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같은 날 시작한 경쟁작 <그저 바라보다가>가 황정민, 김아중의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듣고 있는 데다, '삼순이'로 대변되는 김선아표 코믹 연기가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졌다는 평이 적지 않다. 신미래라는 캐릭터 자체는 매력 있지만 김선아의 연기가 벌써 몇 년째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삼순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저 바라보다가] '호평' 속 시청률 빈곤에 허덕

 KBS <그저 바라 보다가>
KBS <그저 바라 보다가>KBS
영화배우 황정민의 첫 드라마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그저 바라보다가>(그바보)는 최고의 여배우와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한국판 '노팅힐'이라고 할 수 있다.

구동백(황정민 분)은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노총각이다. 업무 실적이 나빠 상사에게 채이고 동료 직원들에게는 무시당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인물이다. 변변하게 연애 한 번 못 하고 만날 칼퇴근하는 오빠가 보기 안타까워 여자와 같이 가라며 여동생이 건네준 영화제 티켓, 그 티켓이 동백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한지수(김아중 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모두가 환호하는 그녀는 세상 모든 것을 가졌지만 하늘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학시절부터 연인이었던 강모(주상욱 분)는 신문사 임원이자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시장 선거를 위해 자신과의 관계를 숨기고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한 강모를 생각하면 지수는 늘 마음 한 구석이 돌덩이를 얹은 것 마냥 무겁다.

황정민·김아중 연기는 '합격점'... 시티홀 잡을 수 있을까

영화제 당일,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지수를 축하하기 위해 강모와 지수는 몰래 데이트에 나서고, 강모는 그 둘의 사이를 파헤치려는 기자의 추적을 피하려다 그만 교통사고를 내고 만다. 영화제에 갔다 우연히 그 자리에서 사건을 목격한 동백은 얼떨결에 지수를 도와 그의 남자친구 행세를 하게 되는데….

탄탄한 극의 짜임새와 배우들의 호연 덕에 시청자들은 이제 3회가 방송된 <그저 바라보다가>에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준표(꽃보다 남자)와 허태봉(내조의 여왕)으로 이어지는 '나쁜 남자'들의 인기에 착한 남자로 대변되는 구동백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한없이 헌신적이기만 한 구동백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약 3년 만에 복귀한 김아중의 연기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쇄도하는 호평과는 다르게 시청률 면에서는 아직 웃기 힘든 상황이다. 첫 회에서 8.6%(TNS미디어코리아), 2회에서 9.1%(이하 동일기준)를 기록, 소폭의 시청률 상승이 있었다고는 하나 경쟁작 <시티홀>과는 4~5%p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신데렐라맨 #그저 바라보다가 #시티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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