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3일) 정왕텃밭에서 옆에 누군가 뽑아서 버려둔 파 모종을 가져다 심는 우리집 두 아들 입니다.
추광규
아내의 나이도 어느덧 마흔 중반을 넘어섰습니다(아내와 나는 동갑입니다). 속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달부터 생리를 안 하는 것 같습니다. 40일이 넘어간 걸 보니 혹시 폐경기가 온 게 아닌가 생각했답니다.
아내의 경우 결혼 후 임신이 안 되어 노심초사 하다가 첫째 정민이는 인공수정으로 낳았습니다. 그래서 고생이 무척이나 심했답니다. 그 과정에서 네 차례인가 과배란촉진제를 맞았습니다. 인위적으로 유도해 채취한 난자에 제 정자를 수정하는 힘든 과정을 겪다보니 그 후유증이 아닌가 내심 걱정도 되기도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여성의 몸에 간직한 난자의 수가 한정이 되어있고 첫째아이를 갖느라 무리해서 남들보다 폐경기가 일찍온 게 아닌가 합니다. 보통 50세 직후에 온다는 폐경기가 아내에게는 3년 일찍 찾아온 것이니 앞의 경험이 그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볼 수 밖에요. 하지만 아리송합니다. 아내가 폐경기 때문에 말도 안 하고 신경질을 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두 아들 성적때문에 그런 것인지 말입니다.
예전에는 눈만 부라려도 아내를 제압했는데 결혼생활이 오래될수록 아내의 성정이 점점 드세지는 것 같더니 이제는 눈을 부라려서는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오히려 이때처럼 아내가 저기압 일때는 제가 눈치를 살펴야만 하니 제 신세가 처량할 따름이고요.
도통 말을 안 하고 신경질만 내고 있으니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도 묵묵부답일 뿐입니다. 아내의 신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지난 30일 첫째 아들 학교 시험 학부모 시험 감독을 참여한 직후 부터니까 성적 때문인 듯도 하고 말입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큰아이가 사흘간에 걸쳐 보았는데 그 성적이 썩 신통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시절에는 반에서 1~2등을 다투면서 아내의 얼굴에 웃음꽃을 짓게 만들던 아이의 성적이 이번에는 형평 없습니다. 가채점한 시험지를 살펴보니 평균 90점에서 한참 밑돕니다. 그러니 아내의 얼굴이 이그러질 수 밖에요.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아들도 평균 88점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내밀었으니 아내의 마음이 편치못한 것 같습니다. 해서 헷갈리는 겁니다. 지난 사흘간 아내의 푸념의 목청이 높아갈 수록 아리송해집니다. '이것이 지금 폐경기 증후군 때문에 이러는 것이여. 아님 아들놈들 성적때문에 이러는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