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한통운물류센터 정문
심규상
대한통운에서 택배운송일을 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지원해오던 오던 화물연대 간부가 3일 오전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대전대덕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50분 경 대전 읍내동 대한통운 물류센터 맞은 편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고 숨져 있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박 아무개씨(38)의 시신을 수습했다. 현장에는 '대한통운 노조탄압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인근 밭주인이 일을 하러 왔다 사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와 현장에서 사체를 수습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노조관계자들은 박씨가 사측의 탄압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물연대 대전지부 관계자는 "박씨가 지난 달 23일 해고된 광주지회 소속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대전 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사측을 상대로 합의이행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며 "그러던 중 지난 달 29일 노조게시판에 유서성격의 글을 남긴 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이 집회 도중 조합원 3명을 연행하는 등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집회를 방해하자 '대한통운의 심장부인 대전에서 사측을 상대로 시간을 앞당겨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글을 남긴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숨진 박 씨는 지난 달 27일 화물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일거에 문자로 무더기 해고한 지 40여 일이 됐고 고소고발과 손배, 체포영장과 무분별한 소환장 발부 등 공권력으로 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며 "저들의 탄압강도를 보면 시기를 앞당겨야 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연락이 끊긴 지난 달 30일에서 3일 오전 사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박씨의 사체를 대전중앙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현재 화물연대 광주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전국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속속 대전으로 모여들고 있다.
한편 박씨는 부인과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