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서러운데... 끼니당 1500원

3년째 동결... 자립기반 돕기 무색

등록 2009.04.29 17:52수정 2009.04.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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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실직자지원센터의 한 끼 식사 단가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드러나 자활을 꿈꾸는 실직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실직자들은 시설에 입소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식사 단가에 대한 불만은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실직 등으로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들을 위한 '한마음실직자 지원센터(청주시 신봉동)'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도내에서 유일한 이 곳에는 모두 15명이 입소해 자활을 위한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며 센터는 이들의 숙식제공 등을 통해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센터에서는 입소한 실직자들에게 아침과 저녁, 두 끼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낮 동안에는 노숙인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나가기 때문에 점심은 제공되지 않는다.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끼니당 단가는 지난 2007년부터 3년째 15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 값의 1/4 수준이며, 인근 청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인들의 무료급식에 지원되고 있는 식사 단가(3000원)에 비해서도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재 지원금도 2007년 이전 1329원에서 171원이 오른 금액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7%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끼니당 식사 단가 상승분은 계산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저소득 노인들은 점심을 먹고 아침과 저녁은 실직자가 이용할 뿐 이들 모두는 같은 식당을 사용하고 있다. 한 곳의 식당에서 한끼 식사를 하면서도 지원단가는 곱절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욱이 아침 식사 후에 일거리를 찾으러 나섰다가 숙소로 돌아온 실직자들의 경우 점심을 굶고 저녁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주로 일용직이 많은 이들의 직업 특성상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6시에 들어와 저녁을 먹기도 어렵다. 일을 나가거나 나가지 못해도 돈을 내고 밥을 사먹거나 한 끼를 그냥 굶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28일 점심시간 숙소에는 모두 15명의 실직자 가운데 5명이 숙소에 남아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한 뒤 낮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설에 입소한 김민철씨(42·가명)는 "요즘 일거리가 없어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아침 식사 후 식당에서 남은 밥과 반찬을 가져와 점심을 해결하고 점심 때도 노인 무료급식 후 남은 밥과 반찬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저녁을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4.29 17:5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실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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