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폭력 진압 때문에 부대 복귀 거부를 선언한 이길준 의경이 지난해 7월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유성호
판사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집회시위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판사도 궁금했을 것이다. 저항하겠다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쏟아져 나오는데, 정부에서는 불법이라며 잡아들이기만 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수의를 입은 젊은이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평화시위, 행진 등 사회적 약자의 표현권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공권력은 원칙을 지켜야 하며, 최대한 절제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판사는 다시 질문했다.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마다,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로 행진한다면 이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지지 않겠는가?"
촛불을 막을 수 없다며 양심선언을 했던 '양심의경' 이길준은 답변했다.
"시민들을 폭도나 어린 아이처럼 대하고, 강제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결정을 좀 더 믿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이 땅의 민주주의와 시위문화가 성숙되어 갈 것입니다."촛불 1년, 그리고 양심을 지키고 있는 젊은이 촛불 1년이다. 현행법은 어겼을지라도 인간의 도리는 어기지 않았다고 신월동 성당에서 농성을 풀고 자진 출두한 이길준이 감옥에 갇힌 지도 이제 10개월이 넘어간다. 지난해 5월을 광화문에서 검은 전투복을 입고 보냈던 그는 올해 5월은 푸른색 기결수 복을 입고 서울구치소에 있다.
의경으로 복무했던 이길준은 지난해 5월 31일과 6월 1일 새벽, 안국역에서 촛불시민들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물대포와 함께 광화문까지 시민들을 밀어내고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아서 스스로의 양심이 하얗게 타버렸음을 느꼈다.
이후 촛불집회를 막기 위한 출동은 계속되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길을 막고 있는 전·의경들을 향해 항명하라고 야유하는 말을 들으며 헬멧 속으로 눈물도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진압의 도구가 될 수 없다고 결심했다.
휴가를 나와 양심선언을 준비하고, 부모님의 절규어린 반대로 기자회견을 미루고,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서 기자회견과 농성을 시작해 자진출두 하기까지. 그것은 25세의 젊은이가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벅찬 우리시대의 아픔이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은 더욱 혹독했다.
지난해 여름, 우리가 광화문에서 본 광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