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33m의 강화도 진강산 정상. 봄에 오르면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갑남
강화도에 있는 산들은 400m 남짓 나지막하다. 민족의 명산이라는 강화도 최고봉 마니산을 비롯하여 고려산, 진강산, 혈구산, 봉천산, 별립산 등 고만고만한 산들이 많다. 두세 시간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두 주째 찾아가는 진강산
나는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우리 이웃들과 함께 주로 내가 사는 강화도 산을 더듬는다. 간단히 배낭을 꾸려 운동 삼아 오를 수 있는 산들이 가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요번 주는 이 산, 다음 주는 저산!
아내가 일찍부터 간식을 준비한다. 뭘 준비하려고 부산을 떠나? 텃밭에 나가 부추와 머위 잎을 베다 부침개에다 나물을 무쳐낸다. 막걸리 안주로 안성맞춤일 것 같다. 오렌지 몇 개와 음료수로는 배즙을 챙겨 배낭을 꾸린다.
"당신, 막걸리는 한 병만! 산에서 어르신들 약주 많이 드시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았어. 정상에서 한 병, 내려와서 한 병! 그러면 되지?"
아내는 웃음으로 대신한다. 자기도 따라가고 싶지만, 바쁜 일 때문에 따라가지 못한 게 아쉬운 모양이다. 행선지를 묻는다.
"당신, 오늘은 어디 산이야?""진강산에 가려고.""지난 주에 가지 않았어요? 같은 산을 무슨 재미로 또 올라?""산은 코스를 달리하면 맛이 다르지. 저번엔 봄을 맞이했고, 이번엔 봄을 안고!""무슨 말이 그렇게 어려워요!""갔다 와서 말해줄게!" 아내는 산에 갔다 와서 풀어 놓을 이야기보따리를 기대한다. 간식을 챙겨 배낭을 꾸려주는 아내가 고맙다.
호젓한 산행 길, 즐거움이 많다!
옆집아저씨, 새집할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지난 주 진강산을 찾은 일행들이다. 칠순, 팔순을 넘기신 어르신들이지만 산에 오르는 일에는 열일 제쳐놓는다.
이번 진강산 산행에서는 봄을 담아오자! 우리는 차에 오르자마자 푸짐한 말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지난번 삼흥리에서 오르는 코스는 힘들었어! 똑같은 코스는 아니겠지?""요번은 가릉쪽으로 가보자구! 그곳엔 보물이 있잖아?""가릉은 보물이 아니라 사적지인데요.""내참, 문화재 말구 산나물의 보배, 엄나무 군락지가 있잖아!""그렇지요. 지금쯤 새순이 올라왔겠죠?""글쎄, 사람 손이 안탔어야 하는데!"요번에는 엄나무순을 딸 수 있으려나? 흔히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순은 산나물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약간 쓴맛이 나지만, 그 쓴맛이 별미다. 데쳐놓으면 야들야들한 맛이 좋다.
사실, 지난 주는 엄나무순을 찾아 나서기 위한 탐색전이었다. 산에 있는 개두릅을 따려면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야한다. 하나는 새순이 나오는 시기를 맞춰야하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서야한다. 부지런한 사람이 새순을 노려 먼저 지나가면 허탕을 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