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2일 저녁 8시 구속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노희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으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는 서울지검 특수2부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조사로 시작됐다. 서울지검은 태광실업의 휴켐스(농협 자회사) 헐값 인수 의혹을, 국세청은 태광실업·정산실업의 탈세 혐의를 캐고 있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 박연차 회장 소유의 태광실업·정산실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고, 같은해 11월 박 회장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도 이미 지난해 5월부터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을 내사해오던 터였다.
이후 박연차 회장 사건은 '거악 척결의 중추기관'으로 불리우는 대검 중앙수사부에 배당됐다. 이는 검찰이 이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해 11월 박 회장의 세무조사 결과를 민정수석실을 거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점도 이 사건의 파장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권력 핵심부의 의중이 개입됐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친노인사들은 '줄소환', 여권 인사들은 '꼬리 자르기'대검 중앙수사부이 지난해 12월 10일 박 회장을 소환조사한 뒤 이틀 뒤인 12월 12일 전격 구속하면서 박연차 게이트의 막은 올랐다. 박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290억원대의 세금포탈과 20억원의 뇌물 공여였다.
이런 정도라면 박연차 사건은 '게이트'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없었다. 한 기업의 탈세·비리사건으로 마무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에게 이런 혐의는 '깃털'에 불과했다. 검찰이 겨냥한 '몸통'은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었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올 3월 중순 그동안 수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첫 성과는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의 구속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으로부터 각각 5억원과 3억여원을 받아 구속된 두 사람은 모두 김해 출신이다. 특히 이 전 원장은 2005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영남의 친노인사'였다. 그의 구속은 '친노세력의 줄소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3월 21일과 22일 연이어 검찰소환조사를 받았고, 나흘 뒤인 3월 26일 박 회장 등으로부터 2억원 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또한 3월 22일 박정규 전 민정수석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체포했다. 박 전 수석은 박 회장으로부터 1억원어치 상품권을, 장 전 차관은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3월 25일 구속됐다.
박 전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고, 장 전 차관은 지난 2004년 경남도지사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영남의 친노인사'였던 셈이다.
뒤이어 노 전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인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박 회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특히 또다른 '386 핵심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구속되는 과정에서 "인생을 걸고 정치를 버리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구속되고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친노그룹은 세력 붕괴의 위기를 맞았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가 친노인사들에 집중되면서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도 그런 지적을 의식했든지 '대운하 전도사'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긴급 체포해 구속하고, 3선이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박진 의원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특히 추 전 비서관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바 로비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추 전 비서관이 권력실세인 이상득·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을 구속하는 것으로 '권력실세 로비 의혹'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천신일 의혹'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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