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2008년 6월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드에 태극기를 꽂아놓았다.
권우성
"세 번의 기회를 놓친 정부... 이제 전세계 SRM이 몰려온다"- 미국과의 재협상 길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정부가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일본, 대만 등이 한국이 미국과 맺은 수준의 협정을 할 것이고, 그들이 그렇게 안하면 우리도 재협상 하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말대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게 드러났고, 주변국이 전혀 바꾸지도 않았다. 미국이 일본, 대만을 WTO에 제소 안하는 걸 인정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 작년 촛불의 주장이 옳았다는 걸 인정하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재협상을 안 할 것이다."
- 결국 조만간 우리나라가 전 세계 SRM 집합소가 될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돼 버렸다. EU가 미국과 동등한 기준으로 쇠고기 수입을 요구했을 때 우리가 안 들어 줄 수가 없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잘못을 인정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계기는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런 계기마저도 없다."
- 우리 국민들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먹을거리 안전을 스스로 챙겨야 할 것 같다. "정책은 소비자, 정부, 생산자, 과학자 등 모든 집단의 의견을 종합해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 과학자 의견 등은 모두 배제되고 정부 의견만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소비자 운동으로서 자기 건강을 지킬 수밖에 없다."
-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점에 대해 많은 글을 쓰고 이야기를 했다. 정부의 압력 같은 건 없었나. "그런 건 없었다. 검찰이 <PD수첩>을 여전히 수사하고 있는데, 차라리 나를 수사했으면 좋겠다. 나는 작년에 정부가 거짓말 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다. 차라리 나를 명예훼손으로 수사하면 열심히 내 이야기 하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안정성도 문제지만, 정부가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땐 과학계의 의견을 수용해야 했다. 그런데 과학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정부 측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국제적인 과학 사실을 왜곡시켰다. 이건 단순히 쇠고기 문제가 아니다. 정치경제적 목적 때문에 과학을 왜곡했다면, 진정한 과학 발전과 과학문화를 형성할 수 있겠나.
정책 입안자들은 사실 광우병을 잘 모를 것이다. 그 때 주위에 있는 과학자들이나, 이런 저런 과학 관련 협회장, 혹은 관계 부서의 과학자들이 정책과 관련된 정확한 이야기해야 했다. 그런데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던 과학자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무조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이) 안전하다고 했다.
일부 과학자들이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한 것이다. 심지어 광우병이 사라진다고 말한 과학자들은 황우석 박사 사건 때 '영혼의 오케스트라'라고 찬양하던 사람들이었다. 통찰력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과학계를 대표하는 듯 의견을 내고 있다. 또 그런 사람들은 여권과 가까우니 높은 자리 차지하고 실세가 됐다. 광우병 분야 전문가도 아닌데 '정부가 옳다'고 이야기하고···.
이런 거 자정하지 못한 과학계의 문제도 크다. 부화뇌동하는 과학자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정치권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서 안타깝다."
- 현장의 과학자로서 많은 자괴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경제적인 목적으로 과학적인 언로가 막힌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