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는 기도임을 명심하며엎드려 있는 3,4초 동안 입속으로 하느님 소리를 수없이 뇌었다.
지요하
오체투지 순례를 생각하면 희망이 생기고 힘도 솟는다. 하루 1천여 번씩 온몸을 땅과 밀착시키며 서너 걸음씩 나아가는 그 고통스러운 체현 속에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이 조금씩 열리게 되고, 또는 그 길이 이 세상에 끝내 존재케 되리라는 생각으로 절로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오체투지 순례를 생각할 때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해지는 현상을 감내하곤 한다. 지난해의 1차 순례(9월 4일 지리산 노고단∼10월 26일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에 이어 올해 3월 28일부터 2차 순례를 시작하여 현재 도합 80여 일째 오체투지 순례를 계속하고 있는 문규현 전종훈 두 분 신부님과 수경 스님을 생각하면, 이렇게 편안히 앉아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죄스러워지는 느낌이다.
몸 건강이 정상이 아닌 탓에 집에서 글 짓는 일을 하면서도 가끔씩 거실 소파에 눕곤 하는데, 사지의 편안함을 즐기다가도 문득 오체투지 순례를 떠올리면 죄스러운 느낌 때문에 얼른 몸을 일으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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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자주 오체투지 순례 지점으로 달려가서 하루 한 나절만이라도 동참을 하고 싶다. 세 분의 순례를 조금이라도 거들어드리며, 그 엄청나고도 장엄한 기원의식(祈願儀式)에 잠깐씩이라도 참례를 하고 싶다. 세 분의 그 초인적인 고행을 내 눈으로 지켜보며 여러 번 함께 한다는 것은 내 인생의 소중한 '덕목(德目)'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해 1차 순례 때는 병상생활을 하고 난 뒤라 10월 25일 하루만 가족과 함께 참여했을 뿐이어서 아쉬운 마음 컸다. 올해 2차 순례 때는 최선을 다해 여러 번 참여할 생각이었는데, 아직 단 한 번의 참여로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