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하게 다듬어진 빛과 소리가 나는 가구들.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의자에 앉아 또박또박 엽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진영
주간지 <시사인>에서는 박종선씨를 '시골 목수'라고 표현했는데, '목수'라는 아날로그적 단어는 매끈한 종이에 인쇄되어 나무 향기와 함께 실려 오는 것 같았습니다. 10여 년간 외면하고 살았거나 잊고 지낸 작업장 주변의 나무들 50여 그루로 가구를 만들었고, 인사동 '토포 하우스'와 '크래프트 아원', 재동 '코너 갤러리'에서 나누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박종선씨의 목공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 세 곳 가운데 가장 먼저 '토포하우스'를 찾았어요. 아이들과 있다 보면 믿기지 않을 만큼 신통하고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을 때 그런 말을 하곤 하지요.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먼저 내려가던 쿠하는 뒤를 돌아보더니 "삼촌, 우리 여기 와봤어"라고 했어요. 김정자씨의 전시회에도 함께 갔던 이모는 "허걱. 그런 걸 기억하다니!" 하고 엄마인 저보다 더 놀라는 기색이었습니다.
딱 한 번 가 본 곳인데도 인상적이었던지 평범한 갤러리 건물을 아이는 기억해냈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니는 제게 주변 사람들은 '어렸을 때 보여줘 봤자 다 헛것'이라면서 초등학교나 가면 그 때 데리고 다니며 체험학습 시켜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충고하곤 합니다. 아이의 기억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옆에서 해주는 마음에 걸리는 조언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