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세연정지난해 다녀왔던 보길도 세연정, 지난한 세월에도 한 하늘을 드리운 연못 속에 덩그렇게 누운 바위는 말이 없었다.
박종국
말은 삶의 신선한 마력을 가졌습니다.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듣기 좋은 말을 즐겨하면 삶의 무늬가 달라집니다. 늘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 그토록 싫어했던 타인의 말과 행동도 찬찬히 뜯어보면, 그 속에 내 생각과 말이 묻어 있고, 행동과 습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는 사실에 뜨악해질 때가 있습니다.
말은 삶의 신선한 마력'타인이 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을 통해 자신을 볼 때, 스스로를 더욱 선명하게 키워볼 수 있습니다. 항상 자신이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지기를 바란다면 타인을 통해서 나를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지 않았던 일 슬펐던 일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 되고, 기뻤던 일이나 드러내놓고 싶은 일은 모두 내가 이뤄낸 것처럼 착각에 빠집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믿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과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나 실제로 말과 행동은 훨씬 미묘하고 변하기 쉬운 것이다. 인간은 말과 행동으로 어렵지 않게 자신이 원하는 상태에 자신을 놓아둘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따지고 보면 말이나 행동에 의해 생겨난다. 한 사람의 상황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드는 말의 마력은 정말 헤아릴 수도 없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말은 생각의 발현이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말은 긍정적이고 행복한 생각에서 나온다. -리처도 칼슨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반사되어 나타나는 내 모습이 진짜입니다. 혼자만 판단하고 평가해서 얻은 내 모습은 그냥 빈껍데기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믿고 따라 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말을 통해 그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라 평소 행하는 그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서, 그가 몸담고 있는 생활양태와 다른 평판을 통해 알게 됩니다. 무시로 쏟아내는 그 사람의 말이 아닌 단아한 인격과 훈훈한 인간미를 통해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면 주변 상황이 바로 보입니다. 간혹 내 것만을 고집한 나머지 사소한 일에 얼굴을 붉히지 않았는지, 냅다 화를 낸 적은 없었는지, 남을 윽박지르고 괴롭힌 적은 없었던가요. 이러한 것들은 자기 입장에서 보면 조그만 언행에 지나지 않지만, 막상 그것을 당하는 처지에서 보면 정말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