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은 주연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KBS
좋은 드라마란 무엇일까? 또, 좋은 드라마를 탄생케 하는 원동력은 뭐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좋은 드라마가 되기 위한 원동력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는 감독의 연출력을, 둘째는 작가의 필력을, 마지막으로 셋째는 배우의 연기력을 꼽겠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드라마는 소위 '명품'이나 '웰메이드'로 불리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는다. 여기에 대진운과 같은 '운'까지 따라 준다면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국민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지난 23일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과 <카인과 아벨>이 종영했다. 수목드라마 판도를 '2강 1약' 체제로 끌고 간 두 톱 드라마의 종영은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을, 경쟁작에게는 숨통이 트일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이 두 드라마는 각각 15~18%에 이르는 시청률로 방영 내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후반에 이르러 갈등과 긴장이 고조된 <카인과 아벨>이 근소하게나마 줄곧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크게 앞선 적은 없었다.
배우 연기 덕에 '막장' 미워도 다시 한 번지난 번 썼던 기사에서 나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막장 드라마라고 평가받는 것을 부정했다. 불륜, 재벌, 출생의 비밀과 같은 상투적인 소재가 쓰인다고 하더라도 그게 곧 막장이 될 순 없다고 했다. 수십 명의 스태프, 연기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너무나도 모욕적인 딱지를 붙이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소재의 상투성은 그 근거로 충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막장이 아니라고 해서, 진부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그동안 우리 드라마가 오랜 세월 꾸준히 반복해온 진부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우려먹었다. 꼿꼿하고 오만한 재벌가 회장, 불륜을 저지르고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자식까지 본 부회장, 출생의 비밀 때문에 고통 속에서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술과 여자로 탕진하는 재벌 2세, 그리고 일과 야망이 전부인 변변치 않은 집안 출신의 야심가까지…. <미워도 다시 한 번>은 그야말로 진부적인 캐릭터의 총집합이었다.
이런 탓에 시작 전부터 '막장' 소리를 들어야 했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은 본격적으로 방영이 시작되면서 점차 다른 양상을 띠어 갔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과는 다르게, 시청자들은 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청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여전히 일각에서는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지만, 언론은 대체적으로 <미워도 다시 한 번>에 호의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