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화판 '태백산맥'이라 부르는 장편만화 '꽃'
박건웅
작업 기간 5년의 장편만화 <꽃>,
또 하나의 장편만화 '노근리 이야기'화가가 꿈이었다는 박건웅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이후 오랜 고민 끝에 만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회화는 하나의 그림에 모든 이야기를 함축시켜 담아내야 해서 답답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게 된 것이 만화였다. 만화는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갈 수 있는 매력적인 매체"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는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대로 봐야하지만 만화는 칸과 칸이 사이를 읽어 내려가며 머릿속에서 공간을 그려내고 연상하게 된다"며 "다른 매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박건웅 작가는 그렇게 만화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어 작업 기간만 5년에 걸쳐 목판화 기법을 도입해 그려낸 장편극화 <꽃>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95년 입대 전부터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해 97년 제대 후 5년간 1200페이지에 육박하는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그는 "구상하고 시나리오 준비한 것까지 하면 <꽃>이라는 작품에 쏟아 부은 시간이 7년 정도 된다. 처음 시작할 땐 분량이 1200페이지나 나올 거란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어내다보니 그림이 쌓이게 되고 길어지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돈 벌이로 다른 일도 해야 했지만 언제나 즐겁고 행복했었다고 전한다. 물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고 한 장, 한 장 쌓여가는 그림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박 작가는 스스로 '만화판 태백산맥'이라 부르는 <꽃>에 이어 또 하나의 장편만화를 선보인다. <노근리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노근리 이야기>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충북 영동군 노근리 일대에서 미군에 의해 이루어진 대규모 양민학살 사건을 디테일하게 다룬 만화다.
박 작가의 두 작품은 국내에서도 이목을 끌었지만 해외에서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꽃>은 2006년 프랑스의 유명 만화 출판사 카스테르망(Casterman)에서 출간됐고, 같은 해 <노근리 이야기> 역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출판 및 기념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전시를 할 때, 그들의 역사적 배경이 우리와 비슷해서 그런지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며 흥미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