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2 27년' 곽효무씨
이정환
문제는 날씨였다. 하필 비바람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었다. '포니2 시승기'란 속보이는 '가제'는 날아갈 공산이 컸다. 자식처럼(나중에 이 말을 썼다 혼났다), 애지중지하는 차다. 비를 맞히고 싶을 리 만무했다. 다소 귀찮아하는 전화 목소리도 신경이 쓰였다.
택시는 사진에서 봤던 그 '차고' 앞에 정확히 섰다. 그런데. 포니2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다른 곳에 두셨나? 그동안 신형 승용차와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했다. '똥차'로 뭇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다가 '금차'로 변한 셈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손을 탈 만도 했다. 곽씨는 "어디 다른 곳에 숨겨놨다"며 웃었다.
- 취재 귀찮아하시는 것 같더라. 맞나?"엄청 왔었으니까. TV에서 온다는 것도 귀찮다고 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항상 그 말이 그 말이고, 옛날 기사 보면 '보따리' 거기에 다 있구만, 뭐. 앞으로는 안 하려고(취재에 응하지 않으려고). 무슨 내가 영화배우도 아니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고. 그동안 솔찬히 했으니까."
- 영화도 두 편 찍었다고 했다. 무슨 영화인가?"우리 엄마 예뻐요인가? (손사래를 치며) 모르겄다. 나 보지도 않았어. 돈 20만 원 받으면서, 늙은이가 무슨 지랄인가. 그게 시간을 솔찬히 빼 간다니까. 굉장히 귀찮더랑께."
사람들이 비웃던 '똥차', 이제는 '황금차'
- 그래도 유명세 때문에 좋은 적도 있지 않나."IMF 터지기 전만 해도 사람들이 '똥차'라고 비웃었다. 사거리에서 신호 기다리고 있으면, 옆 차 유리창 내리고 막 웃어 쌌고. 학교에서 집에 무슨 차 있냐고 조사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 포니2란 소리를 못했다네? 그러더만 IMF 터지고 막 알려지다 보니까, 검소하고 근면·성실한 사람으로 봐주더라 이 말이지. 여기 오는 손님들도 '이 집은 틀림없는 집, 거짓말할 줄 모르는 집'이라 믿어주고.
덕분에 독일 월드컵 때는 프랑크푸르트에도 갈 수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대기업한테 그렇게 호강 받기는 또 처음이구만. 토고전 응원도 하고, 일류 호텔에, 일류 음식점에, 로렐라이 언덕인가? 그늘 밑에서 포도주도 마시고. 그것만으로도 (포니2) 본전 뽑았지(웃음)." (그는 2006년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한 '한 차량 가장 오래 탄 고객'으로 뽑혀 독일월드컵 원정응원을 갈 수 있었다)
- 죄송한 이야기지만, 많이 유명해졌으니 돈도 따랐을 것 같은데."돈? 끼니 걱정 안 하고, 내 집 있으면 부자 아닌가."
- 한약상은 얼마나 한 건가."이 자리에서만 40년 정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