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공왕릉신라 52대왕인 효공왕은 효녀 지은을 도운 왕이다. 하지만 그의 대에 이르러 후삼국시대가 열리게 되며 신라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사적 제183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라판 미네르바 사건뿐이랴? 신라판 봉고차 소녀 이야기도 있다. 지난 1월 16일에 인천에 사는 한 소녀가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게 2월 5일 청와대에 의해 공개되었다. 그 소녀는 어머니와 함께 셋방에서 가난하게 지내면서 겪게 된 여러 가지 어려운 가정 사정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하여 말하였다.
그러자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에서 직접 그 봉고차 소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도움들이 모두 이뤄졌다.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되기 힘들게 했던 봉고차는 팔렸고, 임대주택 문제도 대한주택공사에 의하여 해결되었다.
이와 비슷한 사건도 신라에 존재한다. 바로 진성여왕의 후계인 효공왕(孝恭王) 때의 이야기다. 효공왕 때 지은(知恩)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천성이 지극히 효성스러워 시집도 가지 않고 홀어머니를 32세가 될 때까지 모셨다고 한다. 봉양할 거리가 없으면 품팔이나 구걸 등을 하여 그녀의 어머니를 봉양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봉양도 한계가 있는 법. 결국 부잣집에 가서 자청하여 몸을 팔아 종이 되겠다고 하며 쌀 10여 석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루종일 그곳에서 일하고 날마다 어머니에게 밥을 차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전에는 밥이 나빠도 맛이 좋았는데 지금은 밥이 좋은데도 맛이 옛날만 못하고, 마치 살 속을 칼로 찌르는 듯하니 이것이 웬일이냐?"지은이 결국 사실대로 말하니, 그녀의 어머니는 "나 때문에 너를 종이 되게 하였으니 차라리 빨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하면서 소리를 내어 크게 울고, 지은도 따라 울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본 효종랑은 자기집 곡식 1백 석과 옷가지를 실어다주고 그녀의 몸값을 보상해줘 양민으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다른 낭도들도 너나할거 없이 도와주었으며, 효공왕도 이 말을 듣고 벼 5백 석과 집 한 채를 주었다고 한다.
과거와 비슷한 오늘효녀 지은 설화는 언뜻 보면 굉장히 감동스럽고, 여기에서 그녀를 적극적으로 도운 효공왕은 성군처럼 비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효공왕은 첩에 미혹되어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그의 신하인 은영이 그 첩을 죽여 버렸다. 효공왕 때는 바로 후삼국시대의 정립기로서, 궁예와 견훤이 그 세력을 떨치며 신라를 압박해 오던 대혼란기였다.
효녀 지은 설화는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효녀 지은 설화를 통하여 신라인들에게 왕의 본보기를 보여줘 당시의 상황을 안정시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이후 몇차례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다. 가락동농수산시장에서 박부자 할머니를 만나 그가 20년 동안 쓰던 목도리를 주고 안아주었다. 그리고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하여 장애인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불도저식으로 정책을 밀어나가고 있다. 대운하를 하지 말라는 말을 무시하고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운하 정책의 기초를 다지고 있으며, 촛불시위에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였음에도 막상 촛불이 시들어지니 당시 시위를 했던 사람들을 잡아 그 죄를 묻고 있다.
미네르바처럼 억울하게 옥에 들어간 왕거인, 봉고차 소녀처럼 본보기의 수혜자일 뿐인 효녀 지은 그리고 갈수록 악화되는 대북관계와 효공왕 때 맞은 후삼국시대 등 과거와 지금은 비슷한 면이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하여 경제사정은 지난 정부에 비하여 크게 어려워졌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청년들의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들의 위기를 스스로 무시한 신라가 결국 멸망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역사의 준엄한 경고를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미네르바 사건을 보면서 신라시대 왕거인 사건이 떠올라 써 본 글입니다. 이와 함께 효녀 지은 설화도 봉고차 소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같이 써보았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미네르바 사건, 1121년 전 신라에서도 있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