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김동수
오늘 하루 할 일은 다 끝났습니다. 볏짚을 다 넣었습니다. 손목이 다 아픕니다. 볏짚이라 먼지도 많이 나고. 군대 제대 후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으면 나중에는 손바닥이 다 벗겨집니다. 독특한 냄새도 납니다.
하지만 볏짚은 손도 깨끗합니다. 그냥 흐르는 물에 씻으면 됩니다. 볏짚이 이렇게 좋은 데 사람들은 콘크리트 문화에서 잘 벗어나지 못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볏짚 집은 물만 새지 않고, 습기만 차지 않으면 30년쯤 간다고 합니다. 내 나이 마흔 넷이니 볏짚 집을 지으면 다시는 짖지 않아도 됩니다. 콘크리트도 30년 지나면 다시 지어야 합니다. 볏짚 집은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나무 골조가 의외로 튼튼합니다.
볏짚 집 짖는 일을 하루 도와주면서 콘크리트 문화에 찌든 우리네 삶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볏짚 한 단을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튼튼하지도 않습니다. 불에도 약합니다. 습기에 약합니다. 어디 내놓을 것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볏짚 하나 하나가 뭉치고, 뭉쳐지만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아름답고 생명이 넘치는 집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콘크리트 집은 가라. 볏짚 집이 나가신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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