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사례로 이야기되는 장성, 거창, 횡성군의 수능성적과 학업성취도 결과는 완전히 불일치하고 있다. 결국 지역효과나 학교 효과가 아니라 학생효과-선발효과라는 의미이다.
김행수
전남 장성의 중3 보통학력이상 학생의 비율은 국어가 60.9%로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 중에서 62위로 그저 그런 성적이다. 수리가의 경우 수능에서는 전국 1위를 했는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180개 중에서 118위를 했다. 외국어도 87위로 중위권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전국 234개 시군구 중에서 수학은 1위이고, 언어는 16위란다.
경남 거창도 장성과 비슷하다. 거창군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국어의 보통학력이상 학생 비율은 56%로 전국 106위인데 수능에서는 언어가 전국 8위이다. 수학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44.6%로 전국 106위인데 수능에서는 수리나가 전국4위이다. 영어 역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49.8%로 전국 180개중 147위로 최하위권인데 수능에서는 전국 9위에 최상위권에 들어갔다. 도저히 3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라고는 믿을 수 없는 변화이다.
같은 학생이라면 일반적으로 중3학생들의 성적과 고3학생의 성적은 통계학적으로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위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중3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고3학생들의 수능 성적 사이에는 거의 상관 관계가 없다. 특히, 우수 사례라고 이야기되는 지역일수록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이는 전남 장성이나 경남 거창, 강원 횡성 등 우수 사례라고 이야기되는 지역의 성적이 학교 효과 때문이 아니라 학생 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들 지역에서도 중3이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그 학교의 시스템이 훌륭해서, 또는 그 지역 교육청이 열성을 다해서 성적이 향상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원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대거 입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결코 우수 사례라고, 시골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학생들과 교사들, 학교에 책임을 떠넘 길 일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될 때도, 서울대학교 입학생 숫자가 공개될 때도 교육당국과 보수언론이 빠뜨리지 않고 내놓는 메뉴가 있다. 바로 전교조 조합원 수와의 상관관계이다. 교육당국이나 보수언론은 거의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몇 개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 전교조가 상관관계가 없다는 자료를 내놓아도 그들은 정정보도를 하거나 해명을 실어주지 않는다. 전형적인 아님 말고 식의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런데 이번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교육당국이나 보수 언론 어디에서도 전교조 조합원 수와 수능 성적의 관계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들여다 보면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수능성적 공개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진 광주와 제주도, 그리고 장성을 비롯하여 해남, 순천, 곡성 등 모범사례로 이야기되는 지역들이 많은 전남 지역의 전교조 조합원 수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다. 교육당국과 보수언론의 바람대로라면 전교조 조합원 비율이 가장 낮은 경기도가 1등을 해야 하겠지만 전국 7위로 겨우 체면 유지를 하는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교과부와 보수언론이 가장 싫어하는 전교조에 대한 공격의 명분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평준화에 대한 무지가 만든 비극 교과부의 흘러간 레퍼토리로 또 반복하는 메뉴가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다. 이번에도 비평준화 지역뿐 아니라 평준화 지역 학교간에도 성적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복 주장하고 있다.
평준화란 그 지역에 속하는 모든 학교에 성적이 똑같도록 학생들을 배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평준화 지역이지만 강남구에 입학하는 학생과 강북구에 입학하는 학생의 성적이 애초부터 똑같고 결과도 똑같을 것이라고 한다면 교육 할 필요가 없고, 학교의 필요성도 없다는 의미이다. 평준화란 학교마다 성적이 똑같은 아이들이 입학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입학시험을 치지 않고, 성적에 따라서 가려 뽑지 않고 입학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