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슬픔의 봄에 피어난 '모란꽃'

전남 여수 화양면 서연리의 봄

등록 2009.04.16 19:32수정 2009.04.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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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모란은 꽃 중의 왕이다.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모란은 꽃 중의 왕이다. 조찬현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모란은 꽃 중의 왕이다. ⓒ 조찬현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텃밭 담장에 무더기로 핀 모란꽃
텃밭 담장에 무더기로 핀 모란꽃조찬현
텃밭 담장에 무더기로 핀 모란꽃 ⓒ 조찬현

 

모란은 꽃 중의 왕이다.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영랑이 유달리 좋아했다는 모란이 피는 계절이 돌아왔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 왔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 모란이 찬란하게 피었다. 모란꽃을 대할 때면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 시어들이 있어서 더욱 정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흐린 봄날 오후에 찾아간 여수 화양면 서연리 바닷가 마을이다. 가는 길에 이따금씩 들녘에 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고즈넉한 마을에는 인적이 없다. 잔잔한 바다에는 어선이 한가롭게 떠있다.

 

누가 정성들여 가꾸었을까. 텃밭 담장에 모란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모란꽃은 붉다 못해 검붉은 자태로 길손을 유혹한다. 돌담장 따라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모란꽃은 붉다 못해 검붉은 자태로 길손을 유혹한다.
모란꽃은 붉다 못해 검붉은 자태로 길손을 유혹한다. 조찬현
모란꽃은 붉다 못해 검붉은 자태로 길손을 유혹한다. ⓒ 조찬현

 모란꽃과 열매
모란꽃과 열매조찬현
모란꽃과 열매 ⓒ 조찬현

 

담장을 에워싼 검붉은 모란꽃 꽃무더기로 다가가자 그 향기가 어찌나 강한지 혼절할 뻔 했다. 모란꽃의 향기는 강렬하다. 보드라운 꽃잎이 겹겹이 감싸 안은 노란 꽃술의 유혹에 빠지면 정신마저 아득해진다.

 

붉은 꽃잎 너머로 보이는 바다풍경이 아름답다.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꽃잎이 지고 열매가 맺었다. 서연리 마을 뒷산에는 철쭉꽃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소나무 꽃도 몽글몽글 올라온다. 밭 가장자리의 무꽃은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모란은 부와 명예를 상징한다고 한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지만 이제 부의 상징인 모란꽃도 피었으니 우리 서민들도 희망을 가져볼 일이다.

 

 여수 화양면 서연리 마을 풍경
여수 화양면 서연리 마을 풍경조찬현
여수 화양면 서연리 마을 풍경 ⓒ 조찬현

 서연리 마을 뒷산의 철쭉꽃
서연리 마을 뒷산의 철쭉꽃조찬현
서연리 마을 뒷산의 철쭉꽃 ⓒ 조찬현

 밭 가장자리의 무꽃은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밭 가장자리의 무꽃은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조찬현
밭 가장자리의 무꽃은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모란꽃 #철쭉꽃 #무꽃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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