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장에서의 수험생. 수능시험성적공개는 또다른 줄세우기라는 지적이다.
권우성
이럴 바에는 아예 학교를 없애는 건 어떨까요. '무늬만 학교'나 학원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어려울 것도 없어 보입니다. 현판의 교(校) 자를 원(院)으로 바꾸면 그만입니다.
자율형 사립고는 자율형 개인학원, 기숙형 공립고는 기숙형 공영학원, 마이스터고는 전문 직업기술학원, 자율학교는 학원, 국제중은 국제학원, 초등학교는 초등보습학원으로 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초등보습학원은 국제학원 대비하고, 국제학원은 자율형 개인학원 대비하고, 자율형 개인학원과 기숙형 공립학원은 SKY 학원 대비하는 식으로.
학원 안에서는 영재반/ 보충반 나누고 다양한 '당근과 채찍'으로 면학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간혹 전국 일제고사나 수능성적을 가지고 전국 1등부터 꼴등까지 학원들을 줄세우면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되겠죠. 외면받는 기피 학원은 문닫고, 몰리는 선호 학원은 지필고사 등으로 학생을 고릅니다.
이렇게 되면 학원들은 다른 시장처럼 '명품/ 짝퉁/ 박리다매' 학원으로 나뉘겠죠. 경제력과 정보력이 있는 가정이냐 아니냐에 따라 명품이냐 박리다매냐로 갈라지겠죠.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친하고, 부자들은 이 참에 "재랑 놀지 말라고 했잖아"를 제도적으로 할 수 있고, 부자집 아이는 일찌감치 다수의 없는 집 아이들을 제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겁니다.
그러니 일제고사 성적을 시군구별로 찔끔, 수능성적을 상위 시군구 20개만 찔끔,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아예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일렬로 줄세웠으면 합니다. 초등학생도 전국 1등부터 60만등까지 석차를 매겼으면 합니다. 미사여구일랑 짚어치우고 '경쟁 교육'의 목적에 걸맞게 제대로 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이명박 학습 효과'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다음에는 '평준화 해체'나 '초등학생도 경쟁'이라는 말을 감히 내뱉지 못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 경제학 전공자들의 다음 행보가 심히 기대됩니다. 조만간 국회의원 및 보좌관들은 수능 원자료 전부를 볼 수 있을텐데, 다양한 통계 기법을 동원하여 "전교조가 있으면 수능 점수가 떨어진다"느니 "평준화를 하면 서울대 못 간다" 등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주장들이 넘쳐 나겠지요. 아, "학생 인권 무시하고 사육하면 성적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곧 나오겠네요.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를 레디앙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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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습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요,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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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살아있는 '이명박 학습효과' 아예 '학교'를 없애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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