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연
탁현민 교수의 말대로 권해효는 "명계남, 문성근 이후 가장 정치 활동을 많이 하는 연예인"이다. 이런 규정은 틀리지 않다. 다만 더 이상 뉴스로 다뤄지지 않을 뿐이다. 권씨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게 뭐가 문젠데?'라는 게 권씨의 생각이다.
"사람이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 빼고 정치적인 일이 아닌 게 어디 있나. 사실 밥 먹는 일도 정치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예술가들이 정치 활동을 하는 건 뉴스도 안 되는데, 우리는 시민과 정치가 너무 분리돼 있다 보니 특별하게 보는 것 같다." 권씨가 연예인이라는 직함을 버리지 않고 사회참여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여성 운동은 물론이고 인권과 교육, 그리고 크게는 통일 운동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의 사회참여 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 들어 나를 걱정하는 질문 등이 많은데, 내가 속이 더 상한다. (연예인이 사회참여를 하면 문제가 되는) 이게 더 문제가 아닌가. 이전에는 내 신념에 비춰 옳은가 그른가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쪽으로도 한 번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검열이 심해지는 듯하다."
그는 허탈한 듯 옅게 웃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깊게 팬 입가의 주름이 더욱 깊어 보였다. 그렇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사회를 성토하거나 잘 바뀌지 않는 세상을, 아니 어쩌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지금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고민과 화두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했다.
권해효는 "내가 과거 몇 년 동안 '양심수 석방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에 참여할 때 비웃는 사람도 많았다, '저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게 그들의 지적이었다"고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종종 비아냥과 지적을 받아온 그가 붙들고 있는 최근 화두는 이러했다.
"'세상이 변했는데 저렇게 한다고 바뀌겠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하고 우리가 변한 게 아닌가. 물론 세상은 지금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내게 중요한 화두다.""세상이 변했다고? 혹시 나와 우리가 변한 건 아닐까?"권해효의 직업은 연기자다. 아무리 사회참여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가 NGO활동가, 혹은 사회 운동가는 아니다. 권씨 역시 자신이 연기자라는 걸 강조한다.
그는 "내가 보통 시민사회단체에서 맡는 건 홍보대사 정도인데, 사진 한 장 찍는 걸로 그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원칙은 무슨 일이든 내 촬영과 공연, 그리고 연기자 일정에 우선해서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내가 배우로서 더 열심히 사는 게 (시민사회단체 등 NGO 진영을) 가장 많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는 "뭐가 됐든지 한 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연예인으로서 얼굴 한 번 비추고, 사진 하나 찍고 땡치는 '쇼'는 하지 않겠다는 거다.
연기자 권해효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서도 단호한 견해를 밝혔다. 리스트에 거론되는 인물들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최소한 도덕적 책임은 물어야 한다"는 게 확고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MBC 9시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와 윤도현 'KBS 퇴출' 에 대해서도 분노와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그런 것도 군사 문화인 것 같다. 알아서 기는 문화. 교체 근거라고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온통 '카더라' 식이다. 한심하고 황당하다. 최근 몇 달 동안 한국에서 뉴스를 보는 게 참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MBC 9시 뉴스를 통해 희망을 보게 됐는데, 진행자가 교체되다니···." "근거 없이 가수와 앵커 퇴출, '막장드라마'에 뭐라 할 상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