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희생자, 진상규명에 명예회복하여 부활해야

86일이 지나도록 장례도 못치루는 고인을 추모하며

등록 2009.04.15 16:36수정 2009.04.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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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게 있을까? 벌써 86일이 지나고 있는데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고인들 앞에 다가가 사죄하는 사람이 없다. 세계 경제12번째 대국이요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보기흉한 자화상이다. 아무리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손 치더라도 국민이 죽어갔는데 대통령이하 그 누구도 다섯 분의 영전에 촛불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명색이 동양예의지국을 자처하면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공권력에 의한 죽임을 당했는데 3일장이 아니라도 49제라도 고인의 영령을 위해서도 제를 올려야 했는데, 100일 되어 탈상의 상례를 올려야 할 터인데도 오히려 죄인으로 취급해 법의 심판에 넘긴다니 유가족은 물론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고인과 망루에 함께했던 철거민들이 무슨 범죄자란 말인가?

 

정부는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진실에 초지일관 외면하고 '법을 위반한 행위자'로 규정하고 소위 법대로 처리했다고 강변하면서 시범케이스로 보고 있어 한심하다. 경찰은 사전에 은밀히 계획한 '엄정한 법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알 수 있는 경찰의 행동이 무모하기만 하다. 대화나 사전 협의도 없이 특공대를 투입하자마다 시간에 좆기듯 속도전으로 처리한 인명경시의 참사였다.

 

용산의 철거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설을 일주일 남긴 1월 19일 마지막 살기위해 선택한 망루의 항거였다. 재개발 조합 철거반과 세입자들이 최종 막후 협의 할 시간도 주지 않고 경찰특공대가 출동하여 행동에 들어가자마자 희생되었으니 이는 변명의 여지없이 공권력에 죽임을 당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시점에다 MB악법을 염두에 둔 기획된 강공책이었다.

 

공권력에 의해 죽음을 부른 용산참사에 대해 각계와 시민들은, 용산현장에서 시청에서 청계광장에서 항의 시위를 계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광우병 촛불집회로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던 촛불대회에 대한 두려움에 강경일변도로 평화시위를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이면 참사현장과 청계광장에서 계속해서 민중의 촛불시위가 이어져갔다.

 

그런데도 정부는 적반하장, 전철련과 철거민들을 테러폭력집단으로 몰아 검찰이 연행하여 죄를 뒤집어 씌워 구속하였다. 유가족들에게 시신을 인도커녕 허락도 없이 사체를 부검하여 두 번이나 죽이는 죄를 범하고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 촛불집회에서 유가족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체 조사와 변호인들의 조사현황을 들으면서 진실이 드러나 눈물이 났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지 한 달이 될 때에 김 추기경이 선종했다. 어인 일인지 구름처럼 몰려든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용산 참사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쉬어가고 있을 때, 7명의 여인을 살해한 범인이 체포되었다. 이에 중계 방송하듯 보도해 용산의 희생자 보도가 묻히고 말았다. 이미 청와대에서 보도지침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방이 오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추기경 서거로 모든 언론이 시시각각 문상보도를 하여 자연히 여론은 방향타를 타고 있었다. 추기경이 생전에 약자의 편에 서고 강자에 강했다는 보도를 하였으나 참사로 고인이 되신 5인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나는 주말이면 잠깐이라도 참례하고 작은 추모행사에도 같이 했다. 추기경의 빈소에는 성모상에서 기도로 추모했다.

 

과연 추기경은 87 세로 천수를 다하고 선종하셨기에 복된 장례다. 이 나라 최초의 추기경으로 위상 또한 높기만 하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에 과연 등급이 있을까? 더구나 억울하게 공권력에 죽임을 당하신 고인들의 위상은 정부에서 장례도 치루지 못하게 하고 범죄자로 몰아가는 현실에 안타깝기만 하다. 국민모두 소중한 생명인데 이리 차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러고 보면 국민들이 야속하다는 의문이지만 따지고 보면 언론들이 기획보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분한다. 언론보도는 편파적이지 않고 사회의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공정하게 정론을 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소위 조중동이란 메이저 언론들이 왜곡보도는 지난날도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용산의 참사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이 차갑고 부정인면은 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에 책임이 크다. 적어도 추기경 추모 보도 정도는 아니라도 고인들이 폭력테러리스트가 아닌 억울한 삶의 항거라는 사실과 경찰의 폭력진압에 따른 참사라는 진실을 사실대로 보도해야 한다. 그러면 막강한 공권력도 고귀한 죽음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이다. 

 

용산참사에 대한 촛불이 꺼진 듯 했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인지 불씨가 당겨지고 있다. 사순절 성주간 예절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란 글씨가 박힌 중형승합차가 용산 참사 현장의 빈소 옆에 세워졌다. 그리고 <용산참사 희생자 추모미사> 붙이고 문신부의 매일미사를 시작했다. 당초 부활절인 4월12일까지로 했지만,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장례 때까지 연장하였다.

 

그리고 참사현장에 촛불미디어센터가 만들어 졌는데 이는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의 공간으로 마련되었다. 이와 함께 한국작가회의에서 작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여기 사람이 있다"란 320페이지의 단행본을 발간하여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책판매수익금은 용산참사 유가족과 행사에 희사하기로 했다. 벌써 2쇄에 들어갔다.

 

이뿐 아니라 매주 금요일 작가들의 작품을 가져와 직접 사인을 해서 증정하는데 나도 참여했다. 그리고 문화제 행사도 곁들인다. 지난 성주간 미사에는 최후의 만찬에 푸짐한 음식을 나누고 십자가의 길 예식에서는 각처마다 희생되신 고인의 뜻을 추모한 내용으로 진행하였는데 나는 자꾸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 추모미사와 추모집회가 열기를 더해 가는데 참사현장에 경찰버스와 진압 경찰관들이 에워싸고 있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제와 추모제에 중간 규탄집대회가 열리는데 이때에는 수없이 경고방송을 한다. "여러분들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으니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한다."는 경고성 방송에 모두 언짢아 야유를 보냈다.

 

이러다가 미사가 봉헌되면 그 순간만은 아무 경고방송을 하지 않는다. 평택대추리에서 투쟁하며 민족자존심을 지키신 하연수염에다 검은 얼굴이 성자 같은 모습이다. 미사에서 절규한 강론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하느님의 말씀을 강조하고 용산희생자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처벌을 강조하며 재벌만이 아닌 인간 모두가 평등한 세상과 평화로운 삶을 강조하신다.

 

문신부의 강론에는 희생자에 대한 '공의회사회교리에서 인간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모두가 공동선 실현을 위해 가난하고 약자에게 우선적 배려'를 강조한다.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의 요약이다. 아울러 참사 책임자 처벌과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과 구속자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촛불 문화제가 단순 광우병에 대한 생명권 보장의 항의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열심히 배웠던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하면서 배웠다. 다시 이어질 촛불의 불씨를 용산에서 이어가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었다.

 

그러기에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고인이나 유가족은 물론 인간답게 평등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충만하기 위해서는 희생자의 진상규명에 의한 명예회복이 급선무이다. 어쩌면 '용산 항쟁'으로 명명될지도 모른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직도 냉동실에 춥고 싸늘하게 계신 고인들이여, 진상규명되고 명예회복하시어 부활하시기를 두손보아 기도합니다. 부디 천상에 드소서!

 

 

덧붙이는 글 | 고인들이 특공대 작전으로 죽음을 마이한 것도 86일이나 된다. 우리 관례상 3일이면 장례를 치뤄 영원한 안식처로 모셔야 하는데 너무도 긴 날을 차가운 영안실에서 보내고있다. 사순절을 맞아하는 우리들 마음속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용산참사로 고인이 되신 여섯분의 명복을 빌며 하루빨리 진실한 진상규명이 되어 명예를 회복하고 장례를 치루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2009.04.15 16:3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고인들이 특공대 작전으로 죽음을 마이한 것도 86일이나 된다. 우리 관례상 3일이면 장례를 치뤄 영원한 안식처로 모셔야 하는데 너무도 긴 날을 차가운 영안실에서 보내고있다. 사순절을 맞아하는 우리들 마음속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용산참사로 고인이 되신 여섯분의 명복을 빌며 하루빨리 진실한 진상규명이 되어 명예를 회복하고 장례를 치루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용산참사 #용산항쟁 #공권력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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