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언이의 꿈★을 찾아주세요

사회복지시설 체험 후기

등록 2009.04.14 16:31수정 2009.04.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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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째입니다.

 

한 달에 한번은 꼭 남을 위해 시간을 내야지, 라는 생각에 전 특별한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평소에는 자신을 위해 먹고 씻고 마시지만, 이날만큼은 다릅니다. 운전과 목욕, 설거지까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가볍습니다.

 

그 중 성언이(가명)라는 아이와의 만남은 남다릅니다.

 

성언이가 ○○의 집 식구가 된 건 3년 전입니다. ○○의 집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사회복지기관으로 모두 80여 명의 원생들이 생활합니다. 대부분 선천성 신체 장애와 정신 이상 질환을 앓고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 받은 분들입니다.

 

올해 성언이의 나이는 열 아홉. ○○의 집에선 막내입니다.

 

지난 2006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몸무게가 고작 30kg 밖에 나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60kg은 족히 나갈 정도로 청년이 됐습니다. 그나마 같은 방 아저씨가 성언이를 챙겨 먹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약골이 돼 재활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성언이의 하루 일과는 기저귀 바꾸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손길 하나 하나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이 아인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간병인을 고용하면 월 150만 원이 들지만 꿈도 꾸질 못합니다.

 

간사와 담당 목사 등 해당 시설 담당자들이 있지만 성언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정작 밥 먹을 때에도 성언이는 혼자입니다.

 

남들이 다 먹은 다음에야 같은 방 아저씨가 챙겨다 주면 그 때야 먹을 수 있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해당 시설 측은 성언이를 다른 곳으로 보낼 것이라는 동료 원생의 걱정도 들릴 지경입니다. 

 

이런 딱한 상황이지만 지자체나 정부의 손길은 전무합니다.

 

장애인 수급자 인정을 받으려 해도 되질 않습니다. 양부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언이가 쓰고 있는 기저귀, 신약 등은 후원자로부터 온 것입니다. 이런 후원과 같은 방 아저씨의 보살핌이 없으면 지금의 성언이는 없었을 정도로 측은해 보입니다.

 

성언이 아버진 학교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집안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성언이를 돌보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3년 전 인터넷을 보고 경남 진해에서 포천에 있는 이곳을 찾아와 덥석 성언이를 맡기고 떠난 것입니다.

 

당시에는 한 달에 한번은 찾아올 줄 알았는데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성언이는 부모님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언이나 ○○의 집 원생들을 볼 때마다 제가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작은 것에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조그마한 노력과 실천으로 성언이처럼 힘결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복지 제도 그 자체입니다. 장애인 등급 판정을 할 때 책상에 앉아 갖가지 서류를 다 요구하며 거드름을 피우는 공무원분들부터 부자 감세와 4대강 살리기 명목으로 엉뚱한 데 예산을 쏟아 붇고도 국민에게 미안한 기색 하나 없는 정치인까지 생각하니 갑자기 부아가 치밀어 옵니다.

 

정작 성언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은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오늘날 이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내모는 건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성언이는 꿈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부모를 만났고 자신이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첫 출발선부터 불평등한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다면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진해시나 복지 당국은 성언이 부모님을 수소문해 성언이가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 성언이가 재활 치료를 충분히 받고 학습과 진학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끝으로 이명박 대통령께도 당부드릴 게 있습니다.

 

지금 청와대에 앉아 각료들을 불러 놓고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설익은 낙관만 내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부자 특권층을 제외한 다수의 서민들은 비정상적 사교육 체제와 낙후된 복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예수가 낮은 자리에서 이웃 사랑을 자신의 죽음으로 실천한 것처럼 장로 대통령으로서 성언이처럼 힘없는 자들을 내 가족처럼 보살펴 주고 챙겨주는 빈틈없는 공공 복지 시스템 마련과 경쟁을 지양한 사람 중심으로의 국정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009.04.14 16:31ⓒ 2009 OhmyNews
#복지 #장애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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