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의약박물관한독약품 안에 박물관 건물이 있었다.
이현숙
"먼저 한독의약박물관을 쳐봐!"
"뭐라구?'
"한독 몰라. 한독의약박물관이라구."
나는 남편이 시키는대로 '내비게이션'에 한독의약박물관을 치고 미심쩍어하며 관광지도를 들여다보았다. 분명히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의약박물관이. 그런데 자동차는 중부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공업단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박물관에 대한 개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박물관 하면 으레 넓은 땅을 독차지하고 있거나 외곽의 경치 좋은 곳을 차지하기 십상인데 공업단지로 들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차가 멈춘 곳은 한독약품이라는 회사 앞이었다. 정문은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장치가 내려져 있었고, 경비실에다 의약박물관을 보러 왔다니까 차를 옆 주차장에 세우고 오란다. 차를 세우고 경비실로 갔더니 신분증을 출입증으로 바꿔 주고는 따라오라면서 건물로 안내해 준다. 다른 곳에 비해 절차가 좀 까다로운 편이었다.
나는 따라 가면서 퍽 고리타분한 것들을 떠올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약이나 희귀병 같은 것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 주로 어둡고 복잡한 실내였다. 햇빛은 따사롭고 봄꽃들은 화사하게 얼굴을 내밀면서 손짓하는데 기껏 이런 걸 봐야 하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그런 생각들은 말끔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