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의 공부방엔 창이 두 개 열려 있다. 바다가 보이는 창, 인터넷 창.
이주빈
그래도 아이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끔 곁에 다가와 게임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아이들의 게임 이야기를 듣노라면 예전 생각이 든다. 지금도 게임을 하고 있는 건 게임도 나름 괜찮은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게임 중독이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도 이야기 사이에 문득문득 '이 녀석 중독 아냐?' 싶을 때가 있다.
초등학생의 3~5%가 인터넷 중독이라고 한다. 학년 초에 우리반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중독 검사에서도 3명이 중독 초기라고 나왔다. 우리반이 34명이니 8.8%다. 사실 사람에게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중독이 인터넷중독이나 게임 중독만 있는 것은 아니다.
TV 중독도 심각하고 설탕 중독, 욕설 중독 등도 심각하다. 중고교로 올라가면 약물 중독이나 싸움 중독도 큰 사회문제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로서 어린이들의 중독 중 인터넷 중독이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중독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중독 대상에게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기술의 발달로 점차 현실 생활과 별 차이 없을 만큼 정교화 되어가고 있는 사이버세계에 빠져들기 쉽다는 등의 이유 때문. 특히 빈곤가정 아이들의 인터넷 중독이 특히 취약하다는 것에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빈곤가정 부모역할 하는 초고속 인터넷일반적인 중독이 3~5%라고 앞서 말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빈곤가정의 초등학생 인터넷중독률은 4~9%로 2배에 가깝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호자 없이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빈곤층 아이들은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린다. 집에서 챙겨주는 이도 없고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가서 같이 놀 수도 없는 그 시간 동안 아이 곁에 있는 것은 정보격차 해소 사업으로 지원된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이다.
더구나 요즈음의 인터넷은 고도로 상업화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손길은 어리다고 봐주지 않는다. 무료라고 내건 게임들도 대부분 좋은 아이템은 돈을 주고 사야 하고 게임 외에도 커뮤티니나 음악, 아바타 등 웬만한 서비스는 유료화되어 있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금전 관련 사고들은 대부분 인터넷 사용과 관련되어 있다.
자신이 직접 아이템을 사기 위해 돈을 뺏거나 훔치는 경우도 있지만, 고학년 또는 중, 고교생들이 아이템을 요구해서 저학년 학생들이 다른 학생에게 돈을 뺏거나 훔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많고 친구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경우도 많다. PC방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가다가 주인에게 잡혀서 욕설을 듣고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아이들도 있다. 인터넷 중독이 아이들을 범죄로 내모는 격이다.
마음 붙일 곳 없는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