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 버리고 간 공무원 학원 전단지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김환
"시험 보러 오는데 재수 없게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네. 떨어지란 소리잖아.""짜증난다. 그냥 버리자."시험을 보러 온 두 명의 수험생이 학교 정문에서 나눠주는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받은 후 주고받은 말이다. 시험을 앞둔 두 수험생은 신경이 날카로워졌는지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에 한 번 있는 9급 공무원 시험장 앞에서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받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9시 50분이 되자 학교 문이 닫혔고, 학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수험생들도 모두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이때 한 학생이 헐레벌떡 학교 정문 쪽으로 뛰어왔다. 그는 시험관리 요원에게 시험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굳은 표정으로 교문을 걸어 나오는 그에게 늦은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시험관리 요원 배아무개(60)씨는 "오랫동안 시험관리 요원을 했지만 꼭 1~2명이 늦게 도착해 시험을 보지 못한다"며 "딱한 사정은 알겠지만 규칙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또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학생들도 목숨을 걸고 시험을 본다"며 "시험장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냉랭하다"고 밝혔다.
시험장을 돌아다니며 필기도구를 팔고 있는 이아무개(57)씨도 "요즘 수험생들은 무서워서 말도 못 건다. 취업이 어려워서 그런지 표정이 다 굳어 있다"며 "말이라도 걸어서 하나 더 팔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고 배씨의 말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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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하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죠, 기다려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