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사람 만큼 바쁘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 부문 올림픽이 있다면 따놓은 1등이다. 이렇게 평생을 뼈 빠지게 살아봐도 취직해서 결혼하고, 집 장만하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나면 부부의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앞이 막막해 지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노후준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되어 있으나 현실로 돌아와 보면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집을 지으려면 믿음직한 건축사를 통하여 건축설계도부터 준비하듯이 이제 노후생활에 대한 수준과 내용을 명확히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인생에 대한 종합적인 설계도부터 준비할 일이다.

30년 벌어 60년 먹고 살려면?

보통 사람들이 20대 중후반부터 50대 중후반까지 소득활동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30년이다. 그리고 평균수명이 80대 중반이라고 가정할 경우 소득활동 이후에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30년 벌어서 자녀교육과 출가까지 시키고 남은 돈으로 30년을 더 살아 60년 동안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선진국에서는 아이들 경제교육에서부터 은퇴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30대 이후 아이들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부터야 겨우 스스로 고민을 하다가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10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고 난 뒤에, 그것도 연금저축 하나 준비하고 노후준비 했다고 하는 식이다. 35세인 남자가 매월 20만원을 20년 불입해서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면 첫째 달에 61만원(예정이률 5.6%, 종신연금)을 수령하게 되는데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18만원(물가상승률 5%가정)이 된다. 지금처럼 은행금리가 떨어지면 이보다도 못하게 된다.

노후에 부담해야 될 의료비 지출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의료비는 특성상 아무리 어려워도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여기에 의료비 상승률은 사교육비 상승률을 앞선다고 하니 가히 살인적이다.

결국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아이들 교육비와 결혼자금 그리고 부부의 노후준비까지 30년 예상소득을 가지고 60년 동안의 예상 지출에 대한 장기 인생플랜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중간점검을 진행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잘못 지은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지나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어!

미국의 피델리티 자산운용이 세계 각국의 은퇴준비상황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발표한 은퇴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실제 준비정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로 은퇴생활에 필요한 돈의 규모가 예상보다 많다는 점과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다는 점, 급증하는 노인의료비에 대한 별도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은퇴준비를 위한 자금 규모 결정에서도 75%가 현재수입에 맞추어서 결정한다고 답하고 있어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형편이 되는 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은퇴관련 정보수집 경로에서도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52.6%로 1위인 반면 대부분 선진국들은 재무상담사(FP)를 통한 정보수집과 상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속성상 개인의 재무정보 공개에 대한 거부감과 재무상담사를 통하여 상담을 받을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겠지만 '시간과 돈 액수의 함수관계'인 은퇴준비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져서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어렵다.

은퇴라는 분야는 인생전체를 대상으로 먼 미래에 발생할 사안에 대한 준비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전문성을 가진 신뢰할 만한 재무상담사를 통한 상담과 조언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설계도 없이 짓는 집은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버린 노후는 되돌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