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실, 홍실을 비롯 갖가지 명주실로 드리운 가마를 타고 전통혼례를 치르는 신부의 모습!
최종명
드디어 사물놀이 패가 혼례마당에 이르러 한바탕 앞마당놀이를 시작한다. 한동안 사물놀이로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하는 동안 신랑과 신부는 혼례마당으로 들어온다. 마당 양편에 동쪽에는 신랑이 서편에는 신부가 나란히 자리를 잡는다. 이로서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는 친영(親迎)이 시작된다. 시대마다 지역마다 그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전안례(奠雁禮)와 초례(醮禮)인 교배례(交拜禮), 동뢰지례(同牢地禮), 합근례(合巹禮), 후례(後禮)인 현구고례(見舅姑禮)의 순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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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혼례를 준비 중인 신랑 신부와 사물놀이 본문기사 참조! ⓒ 최종명
혼례를 시작하기 전에 비록 오늘의 두 주인공과 집안의 내력을 다 알지 못하고 더더군다나 의혼, 납채와 납폐를 모른다. 요즘 전통혼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대로 이렇게 전통문화의 숨결 속으로 들어온 신랑 신부가 어떤 이들인지 조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신랑 전재규 군은 2대를 이어 온 한의사다. 혼인 전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저 평범한 한의사가 아니다. 우선, 주역의 대가인 야산(也山) 이달(李達) 선생이 제창한 홍역학(洪易學)의 사상과 문화를 연구하는 동방문화진흥회가 주관하는 역대 3번째 주역 전문을 통강했다. 옛날 전통 방식으로 주역 중간부터 스승이 읽으면 그 다음부터 강독하는데 이를 통강한 사람이 채 3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라 한다. 한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 주역의 사상이었기에 2007년 지리산에서 꼬박 1달 동안 칩거하면서 공부했다고 한다.
환자치료에 대한 애정으로 그가 배운 또 하나의 기예는 바로 기천문이다. 기천문은 산중도인들이 이어오던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수련 법이면서 한민족의 무예도 정신, 사상, 철학, 문화, 예술, 의술 등이 녹아 들어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무예와 다르고 종교의식과도 다른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이라 생각해 수련했다고 한다. 그는 정식으로 기천문 지도자과정을 거친 후 기천문의 육합단공(六合丹功)을 기반으로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