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등에 사랑과 눈물을 싣고

많은 사람들이 재활 승마에 관심을 가져주길

등록 2009.04.06 17:57수정 2009.04.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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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월요일은 내가 마장에 가는 날이다. 마침 비가 내렸다. 마굿간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말 똥이 한 무더기 쌓여있어 냄새가 진동할 것 같지만 말이 초식 동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냄새가 구수하니 좋다.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비가 강원도 쪽에 좀 많이 와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이 비 오는 분위기가 마냥 낭만적이지는 않다. 더구나 오늘 말을 타기도 되어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말 그대로 장애요인이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장애인 별로 정해준 시간이 되자 정확하게 도착해서 말을 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들도 한 두 번 해본 일이 아니라 능숙하게 자식들 승마 준비를 했다. 먼저 몸에 맞는 보호장구를 착용한 다음 역시 머리 크기에 맞는 모자를 씌웠다. 같이 온 다른 장애우 가족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에서 승마를 시작하였다.

 

  대성(가명)이는 목도 잘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러나 말 위에 오르자 눈이 빛나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성이 엄마가 얼마전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우리 봉사자들에게 돌렸는데 그 이유는 대성이가 물건 던지는 버릇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승마 시작한지 삼개월 만에 변화가 온 것이다. 대성이는 여기 오기 전에는 손에 잡히는 것은 무조건 집어던졌다. 그런데 말 타기 시작하고 난 후부터는 그 버릇이 없어졌다. 일단 말을 타면 고삐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말 등에 타면 제일 먼저 손에 잡는 것이 고삐를 잡는 것이다. 기본 자세 훈련 반복이 행동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바람직하게 말이다. 십년 넘은 나쁜 버릇을 고치게 한 결정적 동기가 된 것이다. 그러니 그 아이 엄마는 얼마나 기뻤을까.

 

  재활 승마는 단순히 말을 타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상인에게는 물론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더 큰 효과가 있다. 물론 장애인들의 승마는 일반인들의 승마와 달리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장애 유형에 따라 도움 방식도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봉사자들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봉사 수단이 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말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있어야 하고 승마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단순 봉사와 달리 승마에 대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관계로 봉사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승마를 할 줄 알아도 봉사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고루 갖춘 봉사자를 만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한 기마봉사대에는 여러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몇몇 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 말 발굽에 발이 밟히는 등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물론 사전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 몸으로 부딛쳐 가며 하려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마침 여름이었는데 말이 사람보다 더 많이 더위를 타는 것 같아 매우 힘들었다. 사람 땀에 말 땀, 거기에다 마굿간 청소에 말 목욕까지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할 자신과 봉사정신이 있어야 비로소 고삐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봉사하고 싶어도 말이 무서워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투철한 정신력에 불가능은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 자세이다.

 

  아직까지 재활 승마 자체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 재활 승마에 대한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이 재활 승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빌어본다.

2009.04.06 17:57ⓒ 2009 OhmyNews
#재활승마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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