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4시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장애인 감독들. 왼쪽부터 <아르바이트>를 찍은 성동학교 미디어반 교사 이상림씨와 학생 오보배·최수지·손미나씨. 맨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의 노동주 감독이다.
권박효원
가수, 댄서, DJ, 클라리넷 연주자, 교사, 간호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영화감독, 목사, 요리사, 태권도장 사범….
장애인의 장래희망은 다양했다. 비장애인이 그런 것처럼. 지난 4일 오후 4시, 제 7회 장애인인권영화제에는 마침 장애인의 취업과 관련된 영화들이 상영됐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는 안마사가 아니라 '교사' '목사' '요리사' '프로그래머' '기계공학과 교수'가 되고 싶은 광주 세광학교 학생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내레이션을 맡은 임한나양의 꿈은 라디오 DJ.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꿈을 이룬 셈이다. 임양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왜 안마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나 <취업이야기, 1년 후 우리는>에서의 장애인 취업 전망은 보다 밝다. <아르바이트>는 엄마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각장애인 학생의 이야기. 몇몇 가게에서 "손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지만, 결국 옷가게에서 판매 일을 하고 선물까지 산다는 해피엔딩.
<취업이야기>는 지적장애인들이 주인공이다. 가수를 꿈꾸는 아영이, 유치원 교사를 꿈꾸는 선영이, 영화감독을 꿈꾸는 슬이, 요리사를 꿈꾸는 들래는 1년 뒤 모습을 상상한다. 카페에 취업한 상상에서 이들은 행복하다. 서빙을 하다가 컵을 깨뜨리지만, 다른 직원의 도움으로 상황은 해결되고 월급도 제대로 받는다.
장애인들이 영화로 그린 취업란은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까지 마친 장애인 감독·배우들을 만나봤다.
한편,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의 영화들인 만큼 진귀한 풍경들도 이어졌다. 극장 의자가 아니라 휠체어에 앉은 관객들이 많은 것은 기본.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만든 <아르바이트>에는 소리가 없었다.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됐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자원활동가들이 1:1로 화면설명도 했다. 영화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자원활동가들의 설명 소리만 소곤소곤 극장을 울렸다. 비장애인에게는 낯설지만, 장애인에게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소통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제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