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이 논과 물레방아 도는 함양

등록 2009.04.05 19:00수정 2009.04.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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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에 있는 작은 교회를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네 분과 할아버지 한 분, 아주머니와 마흔 한 살된 젊은이 한 사람이 있는 교회였지만 어느 교회보다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을 보면서 한 없이 기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다랑이 논이 보였습니다. 다랑이 논은 나라 땅 64%가 산인 우리나라 지형상 사람들은 비탈진 곳을 논으로 만들 수밖에 없기에 온 나라땅 곳곳에 있었습니다.  5월이 더면 저 꼭대기 한 뼘짜리 다랑이 논에도 모를 심고,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나락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겠지요. 파릇파릇 난 새싹이 저 멀리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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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다랑이 논에 파릇파릇 새싹이 보입니다. ⓒ 김동수


설악산 한계령 골짜기에는 다랑이 논에 불을 지필 수 있게 한 아궁이 논 흔적까지 있다니 아무리 논을 세도 하나가 모자랐는데 삿갓을 들어보니 삿갓 아래 있었다는 옛 이야기가 헛말을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다랑이 논을 만들고, 그곳에서 먹을거리는 해결한 옛 산마을 사람들이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랑이 논을 지나니 물레방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레방아를 직접 본 일이 없는 아이들이 마냥 신났습니다. 아이들 뿐이겠습니다. 우리 부부도 물레방아를 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물레방아 앞에 아이들을 세우니 그래도 또래 아이들보다 작은 아이들이 더 작게 보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물레방아는 돌아가는 데 물레방앗간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방아 찧는 모습을 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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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키보다 훨씬 큰 물레방아 ⓒ 김동수


"인헌아 물레방아가 무슨 일 하는지 알아?"
"방아 찧는 일요?"

"방아를 찧는다고? 직접 본 일 있어?"
"아니요. 아빠는 방아 찧는 것 보았어요?"
"아빠도 한 두 번 봤는가?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방아 찧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겠어요?"
"그렇지. 물레방아는 비가 오지 않으면 안 돌아가니 방아을 찧을 수 없었지. 하지만 지리산은 물이 많아 물레방이가 고장만 나지 않으면 돌아갔을 거야."

"할머니 집에 가면 금방 방아를 찧는데."
"막둥아 할머니 집에 있는 방아 찧는 기구는 기계다. 기계는 금방 방아를 찧을 수 있다. 하지만 물레방아는 천천히 찧지만 할머니 집에 있는 기계방아보다는 훨씬 따뜻하고, 사람냄새가 난다. 아빠도 물레방아로 방아을 찧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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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옆에서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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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방아를 찧지 못해 조금 섭섭했습니다. ⓒ 김동수


"당신은 물레방아를 그저 주어도 이런 곳에서는 살 수 없을 거예요."
"뭐라구요. 물레방아를 그저 주어도 살 수 없다고!"
"안 그래요. 이런 시골에서 살 수 있어요?"

"살 수 있지. 그냥 준다면. 당신은 이런 곳에 살고 싶지 않아요?"
"당신만 원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살고 싶어요? 자 보세요. 온 땅이 쉼터예요. 쉼터, 공기 맑고, 꽃피고, 다랑이 논, 물레방아. 이런 곳이 사람 사는 곳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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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는 아내 ⓒ 김동수


아내는 콘크리트 문화가 지배하는 도시를 싫어합니다. 생명이 없는 콘크리트에서 무슨 소망이 있다고 도시에 살려고 하는지 답답하다는 말을 합니다. 한 번씩 우리도 시골에 가서 살면 안 될까 말하지요. 셋방살이는 끝내고 물레방아 도는 함양골으로 그냥 떠날까, 말하면 아내는 환영하겠지만 아직 저는 콘크리트 때가 다 빠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물레방아골 함양이라는 안내말을 읽어니 물레방아는 1780년 연안 박지원 선생이 사신 일행으로 청나라를 다녀와서 <열하일기>에 처음 소개했다고 합니다. 연안 선생은 1792년 경상 함안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용추계곡 안심마을 입구에 물레방아를 처음 세웠고 이후 "함양산천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 우리집 서방님.."이라는 민요가 생겼다고 하니 '물레방아골 함양'이라 할만 합니다. 연암 선생은 소개만 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살게 한 연암 선생의 지혜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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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 김동수


아주 작은 교회 사람들 만남도 좋았고, 다랑이 논과 물레방아 만남도 좋았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욕심을 조금만이라도 버리면 될 것인데 사람들은 그 욕심을 더 쌓고 있습니다. 쌓다가보면 다 버릴 것이고, 한 줌 재가 될 것인데 말입니다.
#다랑이 논 #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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